이제야 침체 신경 쓰는 美 연준, 금리 인하 힘 실려
물가상승 억제와 동시에 침체 가능성 인지 "2가지 문제 직면"
美 옐런 재무 장관 "물가상승률 시간 지나면 내려가" 9월 인하설 힘 실려
OECD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고용 증가 감소세, 실질 임금은 오를 듯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부터 7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23년 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고금리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관계자들은 실업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너무 길어지면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연준은 그동안 물가상승률 목표 2%를 달성하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노동 시장을 주시했다. 일반적으로 고용률이 높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 이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물가 역시 올라간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5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으며 이는 1년 전(4%)보다 낮지만 연준 목표에 비하면 아직 높다.
현재 미 노동 시장은 실업자가 늘어나고 구직 규모가 감소하면서 물가를 밀어 올릴 힘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량은 20만6000개로 직전 1년 평균 증가폭(22만명)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6월 실업률도 5월(4%)보다 상승한 4.1%를 기록했다. 하나의 경제에서 실업률이 4% 미만으로 내려가는 상황은 모든 구직자가 직장을 잡은 '완전 고용' 상태로 간주된다.
파월은 물가상승 압력이 내려가는 것은 반갑지만 실업자가 계속 늘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파월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긴축 정책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조금 완화할 경우 경제활동과 고용을 지나치게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오랫동안 다뤘던 위기는 물가상승률을 목표만큼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지금은 노동 시장이 너무 침체되는 상황이 물가 문제와 버금가는 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미 정부 역시 이러한 추측을 부채질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파월 청문회 당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물가상승률은 시간이 지나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및 거주 비용은 원하는 수치보다는 계속 높을 것"이라면서도 "노동 시장이 처음에는 매우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강력하면서도 물가상승에 미치는 압력이 전보다 줄었다. 물가상승률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역시 옐런의 의견을 지지했다. 그는 미 정부가 노동자 생활비 감축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2.6% 수준의 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언급했다. 그는 2%에 가까워지는 물가상승률이 "엄청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 경제 수장들이 언급한 노동 시장 변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는 9일 공개한 '2024 OECD 고용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에 38개 회원국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이 0.7%p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회원국들의 평균 실업률은 지난 5월 기준 4.9%였다.
OECD의 스테파노 스카르페타 고용·노동·사회 부문 국장은 "회원국의 노동 시장은 여전히 강력하다"며 "느리게 유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최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2022~2023년 중앙은행들이 급격히 금리를 올리던 시절처럼 실업률이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OECD는 물가상승이 주춤해지면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증가하는 상황을 걱정했다. 이는 결국 소비 증가로 이어지며 물가상승에 속도를 붙이는 악순환을 낳는다.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질 임금은 1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OECD는 16개 회원국의 실질 임금이 아직도 코로나19 이전 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실질 임금이 계속 올라간다고 예측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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