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임 도전 선언…“‘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박용하·이유진 기자 2024. 7.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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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선언 대부분 국가 비전 제시에 할애
당대표 아닌 대선 출정식 방불케 해
연임 시도 이유로 “국민과 당에 책임”
김두관·김지수와 대표 선거 3파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당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출마 선언의 대부분을 당 운영 방안이 아닌 국가 비전에 할애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또 다른 칼날이 향한다 해도 피하지 않겠다”며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내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질 수 있다”며 오는 8·18 전국당원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출마선언의 대부분을 국가 비전 제시에 할애했다. 특히 그는 민생 문제를 강조하며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 ‘기본소득’도 다시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높은 생산성의 토대인 과학기술은 공유 자산의 일부이고, 구성원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라며 “결국 소득과 주거, 교육, 금융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를 자리 잡게 하고, 최소한 2035년까지는 주 4일제로 가야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노동량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지났지만, 한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1월 살인테러미수 사건 이후, 남은 생은 하늘이 준 덤이라 여기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또 다른 칼날이 저를 향한다고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 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당원권 강화 등을 강조해 온 이 전 대표는 이번 선언에도 관련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민주당을 당원 중심의 대중적 민주정당으로 확실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당원들이 당의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의 의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위원회가 당원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역당(지구당)을 합법화하고, 후원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이 전 대표는 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민주당이 제왕적 1인 정당이 됐다’는 김두관 대표 후보의 비판과 관련해 “당원이 선택한 것을 제왕적이라 표현하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이 제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표직 연임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서는 “당대표는 엄청나게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며 “다시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정권의 국정운영이 정말로 위태롭고, 우리 국민들과 당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시 연임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선 ‘일극 체제’로 정리된 민주당의 풍경도 눈에 띄었다. 김민석·강선우·전현희·한준호 의원과 김지호 부대변인 등 최고위원 출마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나와 이 전 대표를 응원했다. 일부 당원들은 과도하게 박수를 쳐 이 전 대표가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출마를 공식화하며 민주당 대표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당초 이 전 대표가 단독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두관 전 의원이 전날 대표직 도전을 선언했다. 청년·원외 인사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도 이날 오후 출마를 선언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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