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데이터의 힘:사람 몸 안의 거대한 우주 이야기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수많은 별을 쳐다보면 도대체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에 빠져든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우주에는 약 2조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개의 별이 있다고 하니 그 숫자는 세기가 어려울 것 같다. 거대한 망원경이 개발되면서 저 멀리 있는 은하를 하나씩 발굴하고, 그 안의 별을 찾는 일이 과학계에서는 계속 연구되고 있다.
사람의 몸에는 약 30조개의 세포가 있고, 39조개의 미생물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다. 더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현미경, 그리고 세포의 역할과 미생물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와 분석법이 개발되면서 예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우주와 같은 우리 몸의 신비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이 또한 생명과학계에서는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찾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때로는 국제컨소시엄과 단일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것과 같이 사람 몸 안의 세포 기능과 미생물의 역할들을 밝히는 연구도 국제컨소시엄으로 때로는 단일 국가 프로젝트로 선진국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모든 대학교에는 미생물학과가 있었는데 왜 최근에 사람 몸 안의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서 미생물군의 역할을 하나씩 밝히고자 하는 미국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MP)가 큰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유전체를 뜻하는 게놈(Genome)의 합성으로 인체 미생물군을 의미한다. HMP 1(2007~2013년) 단계에서는 건강한 성인의 15~18개 신체 부위에서 미생물 샘플을 수집·분석해서 건강한 사람의 미생물군 표준을 확립했다. 그리고 HMP 2(2014~2019년) 단계에서는 미생물군과 특정 질병 간의 상호 작용 즉 염증성 장질환, 당뇨병, 전립선암 등과 미생물과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이러한 HMP는 인간 미생물군 연구에 큰 기여를 했으며 이는 의학, 생물학, 영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시발점으로 인간의 건강과 미생물군의 연관관계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인간의 수많은 질병이 특정 미생물군에서 밝혀지고 이에 대한 상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기존 생물학 관련 연구 중에 가장 빠르게 사업화 분야로 확대되는 것이 인간 건강과 미생물군의 기능에 대한 부분이다.
이 시장의 빠른 성장은 건강과 질병에서 미생물군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인식 증가와 정밀하고 효과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발전 때문이다. 글로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약 8억2400만달러였으며, 2032년까지 최대 6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는 건강 보조제로 비타민에 대한 광고가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홈쇼핑을 비롯한 건강 보조제 광고 시장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건강 보조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과 관계있다고 밝혀지면서 장건강에 관련된 유산균 제품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K팝, K드라마와 같은 문화 뿐만 아니라 K푸드, K뷰티도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식품과 화장품이 K컬쳐를 통해 소개되면서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의 우수한 발효식품을 장 건강,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계해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하고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작년에 작고하신 4선 의원과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했던 이상희 전 장관은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필자와 마이크로바이옴의 글로벌 시장과 국방과학의 마이크로바이옴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제시한 단어가 '푸드백신' '발효백신'이었다. 우리가 늘 밥이 보약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메디푸드(MediFood)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과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미사일을 통한 전쟁이 아니라 최근 북한에서 오물이 담긴 풍선을 보내는 것처럼 인체 유해한 마이크로바이옴 및 바이러스가 포함되는 것을 빨리 파악하고 진단하기 위한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국내 다양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프로젝트에 자문 및 전문위원, 그리고 실제 사업에 참여하면서 국가 연구기관들의 바이오 빅데이터 현황에 대해서 꾸준하게 파악해 오고 있다. 또 오래 전부터 해외에 바이오 빅데이터 지사를 설립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 중국, 중동국가 등 전 세계 국가들의 바이오 빅데이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그 결과 선진국대비 우리나라의 바이오 빅데이터에 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상당히 부족하고 그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지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은 100만명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오래 전부터 진행했고 유럽에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이와 연관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나 수집된 다양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및 활용에 대한 연구와 인프라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생각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지 않아 연구에서 사업화로 연계 확대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 있는 수만개의 진단 및 치료, 미용, 식품 관련 기업이 직접 이러한 바이오빅데이터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람 몸 안의 거대한 우주를 탐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를 국내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면 K컬쳐가 K헬스로 확대돼 침체된 국내 바이오 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준형 쓰리빅스 대표·부산대 의대 겸임교수 jhpark@3bigs.com
〈필자〉
부산대에서 생물정보학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일찍부터 바이오와 IT를 결합한 생물정보학 연구에 매진해 제약사, 병원 등과 바이오 빅데이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오 기업 인실리코젠에서 본부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2015년부터 2년간 테라젠이텍스 생물정보부 이사직을 수행했다. 2018년 쓰리빅스를 설립해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AI 기반 신약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종묘, 화장품 신소재,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IT와 BT를 접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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