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180〉제품안전, 소비자 관점에서 되짚어볼 시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와 테무 등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의 수백 배나 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뉴스를 보며 2011년에 전국을 충격으로 밀어 넣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오른다. 산모, 영유아들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그리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영구적인 폐손상 가능성이 드러났음에도 아직 기업에 대한 법적제제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6817명이며, 그 중 사망자는 1553명으로 단일 제품안전문제로 초래된 국내 기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애경과 SK케미칼의 대표는 1심에서는 무죄, 2024년 1월 11일 2심에는 무죄판결을 뒤엎고 유죄가 선고됐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완전한 마무리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유명무실하던 국내 제품안전법은 큰 변화를 맞았다. 과거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했던 것에 비해, 제조사나 판매사, 유통사의 피해입증 책임이 커졌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에 의해 기업은 손해규모의 최대 3배까지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이처럼, 제품의 안전으로 인한 사건사고로 인한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제품안전과 소비자 안전의 문제를 과거와는 다르게,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적당히 은폐하거나 무마하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이나 리콜비용, 나아가서는 브랜드 평판 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시민단체주도의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2017년 기준, 옥시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으며, 이는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
제품안전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제품안전 생태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으며, 정부와 시험인증기관 및 관련 단체, 제조 및 유통·판매업자인 기업이 제품안전이라는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유기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특히 소비자제품 안전 생태계의 건전한 진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품 생산 및 공급의 주체인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업이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소비자 안전에 영향을 주는 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문제를 기업이 스스로 사전에 인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기업활동으로 인한 외부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이 될 것이다.
제품안전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도 높아지고 있고, 기업 경영 측면에서 제품의 융·복합화, 공급망의 국제화는 제품 안전과 관련한 리스크를 꾸준히 확장시키고 있다. 이에 국제표준화기구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2013년에 제품안전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를 정리해 ISO 10377(Consumer product safety-guideline for suppliers) 표준과 ISO 10393(Consumer product recall-guideline for supplier) 표준을 제정했다. 특히 ISO 10377은 인증을 조건으로 하는 요구조건은 아니지만 제품안전확보를 위한 경험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제품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실제적 지침과 정보를 담고 있어,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2019년 한국산업표준으로 제정했으나, 해당 내용은 인증요구사항이 아닌 지침의 형태로 기업의 적극적 수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제품안전에 대한 기업의 상대적인 관심의 부족과, 인증요구 등과 같은 외부 동인의 부족으로 인해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은 제품안전 영역에서도 짙게 깔려 있다. 저가 중국제품들의 공세에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우리 제조업 제품들의 경쟁력향상과 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제품안전의 중요성을 돌아볼 때다.
심지현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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