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주지훈 "트렁크에 몸 욱여넣을 때 어깨 부서지는 듯했죠"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12일 개봉하는 김태곤 감독의 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짙은 안개가 낀 바다 위 대교에서 발생한 최악의 연쇄 추돌 사고로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사고 현장으로 출동한 헬기의 추락, 대교의 붕괴, 비밀리에 인명 살상용으로 양성된 맹견들의 습격과 같은 사건을 시각특수효과(VFX)로 실감 나게 구현했다.
그러나 '탈출'은 컴퓨터그래픽(CG)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의 몸을 던지는 연기가 CG와 어우러지면서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을 준다.
극 중 사고 현장에서 맹견들에 쫓기던 견인차 기사 조박(주지훈 분)이 달리는 자동차의 열린 트렁크 안으로 뛰어드는 장면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땐 어깨가 부서지는 줄 알았어요. 참 힘들었죠. 트렁크에 몸을 욱여넣다시피 했으니까요."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키 187㎝의 장신인 그가 비좁은 트렁크에서 움직이는 건 웬만한 액션 연기보다도 힘들었다고 한다.
조박이 입에 머금고 있던 독한 술을 횃불에 뿜어내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는 장면도 CG 없이 촬영했다. 주지훈은 "(제작진이) 위험할 수 있으니 CG로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연기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가짜로 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탈출'에서 조박은 거의 유일하게 가벼운 느낌의 캐릭터로, 극에 코믹한 요소를 불어넣는다. 주지훈은 조박에 대해 "내가 상상한 감정을 뿜어낼 때의 시원한 맛이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주지훈은 "재난이라고 하는 건 공포감과 같은 무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탈출'은 어디까지나 상업영화이자 팝콘 무비"라며 "관객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조박이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출'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관해서도 "팝콘 무비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며 "조박이 수행하는 것과 같은 기능적 역할을 좋아하기도 한다"고 했다.
노랗게 물들인 장발에 주황색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조박은 외양적으로도 가장 눈에 띈다.
주지훈은 "어린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주유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아르바이트생 형들의 모습을 떠올렸다"며 조박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했는지 설명했다.
조박은 남의 뒤통수를 쳐서라도 돈을 모으는 데 급급한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인간애를 가졌다.
조디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그의 따뜻한 면모를 보여준다. 주지훈은 "개띠라 그런지 강아지와 소통하는 걸 원래 어려워하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탈출'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주인공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정원을 연기했다. 모범생 스타일의 정원은 조박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주지훈은 이선균에 대해 "좋은 동료, 좋은 선배, 좋은 배우여서 (촬영이)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선균이 형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극적 허용으로 보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선균이 형은 '그러면 말이 안 되잖아'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만큼 개연성을 중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출'은 올여름 성수기를 맞아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흥행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올해로 마흔둘인 주지훈은 "어릴 땐 영화가 잘 되면 어깨가 올라가고, 잘 안되면 어깨가 처졌지만, 작업을 많이 하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마음도 담담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멜로를 찍을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배우로서 사랑하는 장르이고, 연기해보고 싶기도 한데 아직 제안이 없다"며 웃었다. 이어 "정통 멜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끈은 늘 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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