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밸류업'...상반기 자사주 소각 190% 급증

한국거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 금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늘어났다. 소각은 7조원으로 같은 기간 190.5% 급증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그만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기아(5000억원) △쌍용C&E(3350억원) △크래프톤(1992억원) 등이 자사주를 매입했고 △SK이노베이션(7936억원) △삼성물산(7676억원) △메리츠금융지주(6400억원) 등이 소각했다.

상반기 배당 규모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시장 32조2000억원, 코스닥시장 2조원으로 총 34조2000억원의 배당이 이뤄졌다.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지난 5월 말 시작된 밸류업 공시에도 10여곳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4건, 예고 공시가 6건으로 총 10건의 공시가 이뤄졌다. 키움증권,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에프앤가이드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고, KB금융 등이 예고 공시를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반적으로 낮은 증권·은행 업종의 밸류업 공시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금도 크게 늘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22조4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투심과 기업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2800선을 돌파했다.

거래소는 하반기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3·4분기에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4·4분기에는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 밸류업 관련 금융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또 상장사 대상 간담회와 교육 등을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