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음주운전? 이젠 방송계가 칼 빼 들어야 할 때 [리폿@VIEW]

강해인 2024. 7. 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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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의 첫 재판을 하루 앞두고, 또 음주운전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일, 40대 남자 배우 A씨가 강남 식당에서 음주 후 성동구 자택까지 운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A씨는 면허 취소 수준의 알코올이 검출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씨는 음주운전으로 자신을 신고한 시민의 목을 조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A씨 스스로 음주운전이 잘못된 행동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정말 괘씸한 행위다.

김호중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연예계에 큰 폭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일이라 더 충격적이다. 심지어 김호중 사건의 재판이 끝난 것도 아니다. 트바로티 김호중이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봤음에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걸 대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은 김호중과 달리 적발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나, 음주운전이 큰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혀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전자의 생각을 가졌다면, 이번에 적발된 것보다 더 많은 음주운전을 했을 거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A씨는 운 없이 한 번 걸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후자의 경우, 음주운전은 한 번쯤 걸려도 '실수'라 말하고 넘길 수 있을 일이라 생각했을 거다. 잠시 자숙하고, 조용히 복귀하면 될 거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엔 큰 타격이 없을 거란 이기적인 생각 아래 A씨는 당당히 운전대를 잡았을 거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누군가의 삶은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 아니, 삶을 끝장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다. 그럼에도 꾸준히 연예인의 음주운전 사고가 사회면에 보도되고 있다. 그들은 왜 음주 후에도 운전대를 잡는 걸 쉽게 생각하는 걸까.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음주운전 후에도 활동을 이어가는 동료들을 많이 봐 왔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음주 후 복귀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배우 배성우는 최근엔 '더 에이트 쇼'에 출연하며 복귀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두 번 내며 활동을 중단했던 박시연도 지난해, '무저갱'이라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또한, 배우 윤제문은 음주운전을 세 차례 저질렀지만,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로 복귀하는 등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언급한 연예인 외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뒤 활동을 이어가는 이는 무수히 많다. 이런 연예인들이 현장에 복귀해 어울리고 있기에 다른 동료들도 음주운전의 무게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음주운전 이후 자숙 기간을 가진다고 하지만, 이 기간은 연예인마다 다르다. 그리고 복귀 소식이 있을 때마다 팬들의 갑론을박을 벌인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충분히 용서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계에는 지금보다 더 강한 제제가 필요해 보인다.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고, 이를 매개로 시청자와 만나는 연예인은 국민에게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다. 국민의 것을 빌려 부와 명성을 얻고, 자아를 실현하는 이들이 국민을 위협하는 건 명백한 배신이다.

물론, 방송계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제한하는 나름의 징계가 있다.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문서화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진 SBS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채널에 출연하는 경우 심사를 진행한다. MBC는 비정기적으로 자체 심의위원회를 열고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출연 정지 및 해제를 논의한다.

비교적 규정이 가장 명문화된 KBS의 경우, 위법 또는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행위를 출연 규제심의 대상으로 두고 있다. '폭행 및 성 추문', '병역기피', '습관성 의약품 사용 및 대마초 흡연', '사기·절도·도박', '기타 민·형사상 기소된 경우' 등이 규제심의 대상이다. 출연 정지 해제 여부는 일정 기간을 거친 뒤 사회적인 심판을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결정된다.

이처럼 나름의 규정이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강력하고 명확한 조항이 필요해 보인다. '음주운전'이라는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고, 음주운전으로 입힌 피해와 관계없이 적발만 돼도 출연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는 내용 등이 추가되면 어떨까.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보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경각심을 갖지 않을까.

연예인 스스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하지 않길 바라기엔 너무도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단언컨대 음주운전은 또 보고될 거다. 자정작용을 기대하기엔 늦어버린 것 같다. 이젠 더 강력한 방법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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