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문에 '사경제 활동' 반성 수기 "긍지도 보람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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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직장보다 장마당 활동 등 사경제를 통한 소득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북한 관영매체가 이를 경계하는 듯한 주민 수기를 게재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숙군식료공장 부원이 자기 경험을 소개한 '인생의 새 출발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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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주민들이 직장보다 장마당 활동 등 사경제를 통한 소득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북한 관영매체가 이를 경계하는 듯한 주민 수기를 게재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숙군식료공장 부원이 자기 경험을 소개한 '인생의 새 출발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부원은 과거 혜산철도분국에서 일하다가 일터를 떠난 뒤 "직장에는 나가지 않고 가정의 재부를 늘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과 알게 되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고지식하게 직장일만 했댔자 차례지는(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 그저 열심히 벌어서 자기 가정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게 제일 현명한 처사라고 하는 훈시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그들이 가는 길을 따라섰다"고 했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가정의 재산을 늘구는 재미가 처음에는 별미처럼 여겨졌다"는 그는 날이 가면서 "마음이 허전하고 자신이 외롭게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자신을 찾아온 군당책임일군(간부)이 자신을 산림복구 관련 중요 초소에 배치해 줬고, 이후 군 식료공장에 파견돼 성실히 일한 끝에 훈장까지 받았다는 게 글의 요지다.
글은 "지금도 자신과 가정만을 위해 뛰어다니며 아무런 긍지와 보람도 없는 인생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보폭으로 시대의 흐름에 몸을 푹 잠근 성실한 사회주의 근로자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3월에도 '다시는 잃을수 없는 인생의 재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개성시 관개관리소 공무작업반 노동자의 비슷한 경험을 소개했다.
생활상 곤란을 겪던 차에 "세대주 구실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장 일군들과 집안사람들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 밀려다니며 자신과 가정을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법에 어긋나는 짓까지 저지르게 됐다"며 반성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두 글에서 가정의 재부를 늘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거나, 직장 일군들 모르게 가정을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표현된 활동은 국가기관이나 국영 기업소 등 공식 부문 바깥에서의 경제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주민들이 사경제를 통한 비공식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현실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셈이다.
사경제 활동이 시장화를 추동하면서 주민들의 이념적 결속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부드러운 형식의 수기를 통해 주민들이 사경제 활동을 멀리하도록 계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지난 2월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의 경제활동은 국영경제 부문에서 사경제 부문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2013년부터 10년에 걸쳐 탈북민 6천351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는데, 2011∼2015년 탈북한 응답자들을 기점으로 사경제 전업 종사자 비율이 국영경제 전업 종사자 비율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마당(종합시장) 소매 장사뿐만 아니라 텃밭·소토지 경작, 운수, 돈장사, 사적 고용(삯벌이) 등 사경제 활동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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