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등판에 '경영권분쟁' 끝?…한미약품 어디로 가나

송연주 기자 2024. 7. 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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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임종윤, 분쟁 종식 선언
한미 측 "확인 필요" 신중 입장
[서울=뉴시스]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가족 싸움으로 인해 개인 최대주주가 국내 굴지 제약기업의 경영 중심에 떠올랐다. 분쟁의 중재자로 나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중재로 반년 이상 끌어온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서 '형제'서 '모녀'로 선택지를 바꿨던 창업주의 고향 후배 신동국 회장은 10일 한미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와 함께 "한미약품그룹 가족 간 불협화음이 봉합됐다"며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이날 신 회장은 임종윤 이사 측 홍보대행사를 통해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중심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됐던 가족간 분쟁이 종식되고, 한미약품그룹은 결속과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모녀도 형제도 모두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신 회장이 두형제와 책임경영·전문경영·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전문경영인을 경험한 최고의 인력풀을 구성할 것이며 5인의 지분 총합이 과반 이상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모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모두 해당 내용에 합의했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도자료가 나온 직후 한미약품 측은 "확인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였던 신동국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터'를 맡다가, 최근 갑자기 공동의결권과 매각참여권을 가진 인사로 등판했다. 이달 초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가 신 회장과 모녀의 주식 444만4187주(지분 6.5%)를 1644억원에 매도하고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매매계약 및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체결해서다. 이 계약으로 신 회장은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공동 행사 ▲우선매수권 ▲동반매각참여권을 갖게 됐다.

모녀는 가족의 최대 난제였던 상속세를 낼 재원을 마련했다. 모녀의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비율이 48.19%가 되며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이르는 지분도 확보하게 됐다.

앞서 신 회장은 올초 OCI 통합 관련 '모녀 대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편에 서며, 장·차남의 경영권 장악을 도왔다. 이후 이달 초 모녀의 일부 지분을 사 공동 경영을 맡게 됐고, 이번 장남과의 발표에선 임주현 부회장에 대한 언급이 없어 시장의 혼동을 자극했다.

일련의 가족 싸움을 통해 신 회장 중심 경영집단체제 재편이 거론될만한 위치에 오른 것이다. 그의 변심에는 형제 경영 후 해외펀드 지분 매각설로 인한 주가 하락이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장남과의 발표에서도 신 회장은 해외펀드 매각설에 대한 반감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 일가 중 그 누구도 한미약품을 해외에 매각할 뜻이 없다"며 "해외에 매각한다는 것은 국민제약회사인 한미약품 정체성에도 반하는 것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을 둘러싼 분쟁이 '머니게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자료에서도 해외 매각 관련해선 강하게 부정했으나 매각 의지 자체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송 회장과의 계약으로 동반매각참여권도 갖게 됐다. 신 회장이 매각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종윤 이사의 경우 지난 3월 주총에서 승리 후 지속적인 해외펀드 매각 추진설이 나왔고, 모녀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왔다.

1973년 고 임성기 회장이 창립한 한미약품은 반년 넘게 이어진 오너일가 싸움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만큼 시스템이 갖춰진 굴지의 제약기업이다. 2015년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을 낸 후 잇따른 기술 수출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세상에 알렸다. K-바이오라는 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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