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까 봐 물도 안 마시는 고민시가 만든 '서진이네2'의 색다른 서사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7. 10. 15: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영석의 탁월한 선택, 고민시 열일에 투덜이 이서진도 달라졌다는 건(‘서진이네2’)

[엔터미디어=정덕현] "여기가 아이슬란드인지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tvN 예능 <서진이네2>에서 첫날 영업을 마친 후 주방에 주저앉은 고민시는 탈탈 털린 그날의 소회를 그렇게 표현했다. <윤식당> 때부터 지금껏 첫날은 손님이 별로 없었던 예상을 뒤집고 첫 영업부터 시작된 오픈런에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했던 고민시였다.

하지만 고민시는 다양한 알바 경력이 있다는 말을 입증하듯,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곧바로 다음날 미리미리 준비해야할 것들(밥을 더 많이 하고, 약고추장에 빨리 비비고, 채소 덮는 속도를 올리고, 채소튀김 미리 초벌을 많이 해놓고, 깍두기도 미리 담가놓고...)을 말한다. 영업이 끝나 다들 조금 긴장이 풀린 상황이지만, 고민시는 벌떡 일어나 깍두기를 담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런 모습을 본 그날의 일일셰프로 고민시와 고군분투했던 최우식이 "넌 왜 안 쉬는 거야?"라며 "민시야 물은 마셨어?"하고 묻는다. 그런데 고민시가 툭 던지는 한 마디에 최우식은 짐짓 다리가 풀리는 제스처를 취해 보인다. "아니요. 전 화장실 갈까 봐도 못 마시겠어요." 미처 그거까지는 생각못했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최우식은 역시 예능 베테랑답게 이 상황을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처음이지만 일머리가 확실하고 무엇보다 열의를 갖고 열일하는 고민시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서진이네2>의 색다른 서사다.

더 놀라운 건 '서진뚝배기'의 사장인 이서진의 반응이다. "민시야 너는 아직도 일하고 있어? 너도 대단하다 진짜." 첫날부터 오픈런에 이서진 역시 탈탈 영혼이 털린 상황이라 "나도 여기까진가 보다"라고 말하는 데, 여전히 깍두기 담그고 있는 고민시를 보며 놀랍다는 말을 연실 토해낸다. "밥만 다섯 번 했다며? 밥 다섯 번 했으면 한 가마 이상 한 거 아닌가?" 그렇게 헛웃음을 토해내던 이서진은 고민시 이외에도 모두가 주방에서 일을 여전히 하고 있는 걸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야 너네 이제 그만해. 너네도 이제 일 좀..."

생각해보면 <서진이네>에서 이서진의 역할은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채찍질하는 그런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최우식을 고민시와 비교해 너무 다른 인턴이 왔다며 괜스레 구박하는 모습이 예능적인 웃음을 주기도 했다. 물론 첫날부터 손님들이 오픈런을 하는 대이변이 벌어지면서 생겨난 일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를 감당해낸 '불꽃 인턴' 고민시의 활약은 <서진이네2>의 서사 구도를 뒤집어 놓는다. 이서진의 입에서 '일 좀 그만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다니.

그래서 항간에는 너무 고민시만 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건 <서진이네2>가 의도적으로 새로운 서사를 먼저 내보이기 위해 고민시에 집중하는 편집을 통해서 보여진 착시효과에 가깝다. 실제로는 틈틈이 전체 동선을 파악하며 주방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 정유미가 있었고, 든든하게 서빙부터 주방까지 오가며 경력자로서의 조언까지 더해준 박서준이 있었다.

또한 고민시와 함께 첫날의 일일셰프가 되어 함께 주방을 책임졌던 최우식은 역시 <서진이네2>에 없어서는 안될 웃음 포인트라는 걸 보여줬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 첫 장면에 나오는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한없이 나사를 조이며 넋이 나가는 그런 모습을 연상시키는 최우식의 주방에서의 활약은 초반에는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차츰 일에 익숙해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이번 <서진이네2>는 이른바 일일 셰프라는 콘셉트를 새롭게 넣었다. 이서진이 한 명씩 그날의 셰프를 세워 주방을 책임지게 하는 것으로, 이런 방식은 한 인물을 그 회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첫날이 최우식이었다면 다음 날은 정유미가 그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번갈아가며 메인 셰프가 바뀌기 때문에 고민시라는 상수가 되는 인턴의 맹활약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앞부분에 고민시의 이런 활약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이번 편의 보다 '하드코어'적인 색깔을 드러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영석 PD가 고민 끝에 군대에 간 뷔를 대신해 그 공백을 고민시로 채운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일에 진정성을 보이고, 바로 그 열일로 이제 인턴에게 휘둘리는(?) <서진이네2>의 새로운 서사까지 만들어낸 장본인이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고민시의 활약이 더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