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관 수장 “이란, 미국 내 반전 시위 선동”
이란이 미국 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대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미 정보기관에서 나왔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외국발 여론 개입 시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성명을 내 이란 정부와 관련된 단체들이 최근 몇 주 동안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미국 내 시위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려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활동가인 척 가장하거나 시위자에게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헤인스 국장은 “이란은 우리의 민주적 기관을 훼손하려 하면서 자신들의 해외 영향력에 대해 점점 공격적으로 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에 참여하는 미국인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일부는 자신들도 모른 채 이란의 표적이 돼 이란 정부와 상호 작용하거나 지원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계정이나 인물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에선 대학가를 중심으로 가자지구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규탄하고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번졌다. 이란이 이러한 사회적 분열을 파고들어 미국의 혼란을 키우려고 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외국 세력이 합법적 시위를 이용하거나 공모하려는 시도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도록 경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다. 또한 그는 이란을 향해 “우리 정치에 개입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란, 러시아, 중국 등이 미국의 사회적 갈등을 이용해 여론 공작을 벌인다는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올해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을 미 정보 당국은 예상한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정보국 등의 관계자들은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미국과 적대적인 이들이 최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거 허위 정보를 극적으로 침투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특히 러시아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러시아가 미국 내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나왔다. 이날 미 법무부는 메릭 갈런드 장관 명의로 성명을 내 “AI를 활용한 가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봇)을 이용해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친러시아적 메시지를 퍼뜨리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막아냈다”고 이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러한 시도와 연관된 계정 약 1000개를 찾아내, 법원에서 이를 조사하기 위한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AI 봇 사용 의혹으로 다른 국가를 공개 비판한 첫 사례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 당국은 러시아 정보 요원과 정부 지원을 받는 매체 관계자가 근무하는 민간 기관을 통해 여론 공작 작업이 벌어졌다고 파악했다. 이들은 가짜 계정을 실제 미국인의 계정처럼 보이도록 위장하고 관리하는 맞춤형 AI 플랫폼을 설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 정보기관은 지난해 12월 이란이 2022년 미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이 2020년 미 대선 당시 선거운동 마지막 주에 선거 개입을 위해 AI 가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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