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 떠내려갔다"…망연자실한 대구 동촌유원지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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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인재입니다. 인재. 조금만 더 빨리 대피하라고 이야기 해줬으면 이렇게 당하지 않았습니다."
10일 오후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에서 만난 김영자(64·자영업) 씨는 "장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가게 안으로 물이 넘쳐 들어왔다"며 "냉장고 7대에 있던 물건들이 다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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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윤관식 박세진 기자 = "이건 인재입니다. 인재. 조금만 더 빨리 대피하라고 이야기 해줬으면 이렇게 당하지 않았습니다."
10일 오후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에서 만난 김영자(64·자영업) 씨는 "장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가게 안으로 물이 넘쳐 들어왔다"며 "냉장고 7대에 있던 물건들이 다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놀랐는지 기자에게 말하는 내내 연신 두손을 한데 모았다가 다시금 풀었다.
그의 눈앞에는 금호강이 흙탕물로 변한 채 거센 물살을 보이며 빠르게 흘렀다.
무섭게 흐르는 금호강 물길은 오르막길인 골목까지 차올라 마치 바다에서처럼 파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파도처럼 '쏴'하는 소리와 함께 일평생 생계 터전이었던 가게가 휩쓸려 가는 모양새였다.
그의 옆에 서 있는 남편 박종택(67)씨는 맨발 차림이었다. 맨발로 아스팔트 위에 서 있는 그위 모습은 폭우 엄습이라는 긴박했던 순간을 가늠케 했다.
박 씨는 "10여년 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이후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며 "실내에 물이 차오르는 걸 보고 놀라서 뛰쳐나왔다"고 했다.
부부는 한목소리로 "동구청에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물이 차오를 걸 예측조차 못하면 어떡하느냐"며 자포자기한 표정을 지었다.
한 블록 건너 만난 상인 김모(68) 씨는 "이제 1시간쯤 뒤면 가게 안에 물이 다 빠질 텐데 한번 와서 봐라"며 "쑥대밭이 되었을 거다"라며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취재진을 향해 일부 상인은 "구청 직원들은 도대체 왜 예측을 못 했냐"며 "이미 다 떠내려갔는데 저기 이렇게 출입 제한선만 쳐놓으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호통쳤다.
같은 시각 마을 침수로 동구 송정초로 대피했던 설송덕(91) 할머니는 "(주변에) 둑이 만들어진 뒤 집안에 물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며 "집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소방대원이 구조하러 왔다고 해서 놀라서 보니 물이 차 있었다"고 말했다.
설 할머니는 소방대원의 등에 업혀 집안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같은 마을 주민인 양정숙(76)씨는 "오전 10시쯤 갑자기 물이 (금호강 둔치를) 넘었다"며 "마당까지 물이 올라왔고 소방대원분들이 구조해서 겨우 탈출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재난안전정보 포털 앱에 따르면 대구 동구청이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한 '고지대 대피'를 알리는 재난문자는 오전 11시 42분에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청은 문자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금호강 수위 상승으로 동촌유원지 및 금강잠수교 주변에 있는 주민들은 높은 지대로 대피하기 바란다"고 알렸다.
전날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동구 동촌유원지를 비롯해 금강동(행정지명. 안심3동) 금호강 인근 저지대 마을은 이날 오전 늦게부터 침수됐다.
마을 주민 중 6가구 10여명은 여전히 고립 상태다.
동구와 소방 당국은 점차 수위가 낮아지고 있고, 일부 주민이 대피를 원치 않아 상황을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구 태전동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주택가 일부가 침수됐으며, 북구 조야동에서는 양봉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배수로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수성구 고모동 수성 파크골프장에서는 직원 3명이 한때 불어난 물에 고립됐으나, 헬기 등이 동원돼 낮 12시 50분께 무사히 구조됐다.
이들의 고립 사실이 알려지며 대구 수성구는 낮 12시 58분께 "11시 59분 금호강 범람으로 고모동 주변 다수가 고립되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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