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내용 ‘실시간 유출’ 나 몰라라 축협, 박주호에게만 법적 대응?…“내로남불” 비판 봇물

박효재 기자 2024. 7.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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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가운데)이 주재한 지난 2월 회의에 박주호 위원이 참석해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선정 과정을 폭로한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에게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협회는 박 위원의 폭로가 ‘비밀 유지 서약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회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유출될 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앞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언론 소통 창구는 본인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회의가 있을 때마다 논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이마저도 매체마다 각기 다른 내용을 전달해 혼란만 커졌다. 협회는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지난 4월부터 위원들에게 비밀 유지 서약서를 들이밀었다. 정 위원장 본인도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특정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황선홍 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이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진출했더라면 기회가 있었다고 내막을 공개해 비난을 샀다.

축구 팬들은 협회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한 축구 커뮤니티에는 “회의 내용이 줄줄 새는 건 괜찮고, 그걸 폭로하는 건 안 된다는 거냐?”, “협회가 정보 유출 방지에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박주호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내로남불이다” 등 협회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협회 공식 소셜미디어에도 비난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협회는 자기 잘못은 인정 안 하고 힘없는 사람만 괴롭힌다”, “정보 유출은 협회의 무능을 보여주는 증거다. 박주호에게 사과하고 개혁에 나서라” 등 협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잘츠부르크 시절 감독 마시와 황희찬. 게티이지미코리아



협회는 앞서 비밀 유지에 실패하면서 협상력을 잃었지만 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비난 여론을 키웠다. 강화위 회의 초기부터 외국인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제시 마쉬 현 캐나다 감독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고 있다는 등 후보 실명까지 새어 나왔다. 구체적인 연봉 상한선까지 언급되면서 마쉬 등 유력 후보들은 다른 선택지를 두고 저울질 할 수 있게 됐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거나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들은 여러 국가와 클럽에서 제안을 받기 마련이다. 언론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확인한 감독들은 거꾸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한국 의무 거주 기간 등 협회가 중시하는 근무 조건들까지 언론을 통해 확인하게 되면서 후보들이 흥정을 할 수 있는 여건까지 만들어졌다.

협회는 감독 선정 과정에서 위원들 간의 의견 충돌,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 등 해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특히 막판에 외국인 지도자에서 국내 지도자로 급선회한 과정에 대해 이해할 만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회의 불투명한 행정에 대한 축구 팬들의 불신만 키웠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협회는 꼭 박주호에게 법적 대응을 해라. 그래야 진상이 규명된다”며 날을 세웠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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