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대명사’ 다이슨, 매출 성장에도 직원 1000명 내보내는 이유는

다이슨, 영국 현지 직원 1000여명 감축
“주력 시장인 아시아 지역 집중할 듯”

다이슨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 경./다이슨 제공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던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이 자국 내 직원 약 1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가전 시장이 불황을 겪었지만 매출이 증가한 다이슨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매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다이슨은 영국 직원 약 3500명 중 1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인력 감축은 경영진을 포함해 다양한 직급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1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다이슨은 영국 외 지역에서도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 키르너 다이슨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다이슨은 기술 혁신과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어려운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조직에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지난해 가전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매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71억파운드(약 1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다이슨의 성장은 연구개발(R&D) 투자로 가능했으며, 지난해 R&D 지출이 40% 증가했다.

매출 성장세에도 다이슨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나오는 시장인 아시아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력 감축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아시아는 다이슨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인력 고용으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이슨은 2019년 주력 소비자와 제조시설이 아시아에 있다는 이유로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현재 다이슨은 아시아 지역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등 현지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다이슨의 주력 분야인 프리미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했던 다이슨의 차별화 전략이 통했지만, 한국과 중국 기업도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다이슨은 국내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한때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현재 점유율은 10% 안팎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다이슨은 무선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 에어랩 등 제품 고장과 수리에 대한 사후관리(AS)가 미흡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중국 기업의 약진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중국 기업 하이얼은 약 5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세계 가전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을 올렸다. 하이얼은 일본 산요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뉴질랜드 피셔&파이클, 이탈리아 캔디 같은 프리미엄 가전 기업을 인수하며 하이엔드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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