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F학점 받아도 유급 안된다…"특혜 아냐" 정부 이유 들어보니

유효송 기자 2024. 7. 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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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교육부 '2024학년도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 발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학기제의 학년제 전환과 'I(미완) 학점' 도입 등의 특례를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F학점을 받더라도 보충수업을 통해 진급할 수 있게 조치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의대 본과 4학년을 위한 의사 국가시험(국시) 추가 실시도 검토한다.

다만 이미 1학기가 지난 만큼 사실상 내년 새학기 전까지 1년 과정을 압축적으로 끝내야 하는데다, 학생들이 돌아올 여지도 희박해 내년 1학기에는 증원된 신입생을 포함해 7000명 이상의 의대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지침)'을 발표했다.
F학점도 유급 막는다..의사 국가시험 추가 실시 검토
교육부의 이번 지침은 대학의 학사 운영 자율권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학교별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단 설명이다. 실제로 대학이 '학기'가 아닌 '학년' 단위로 학사 운영 체계를 바꾸고, 수강 중인 교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면 취소·철회를 통해 재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1학기를 2학기 기간인 9~10월까지 연장하거나, 학기를 3개로 쪼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신설되는 보충학기를 내년에 개설할 수도 있게 했다.

특히 돌아온 의대생들이 유급을 당하지 않고 진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례를 적용키로 했다. 통상 의대는 한과목이라도 F등급을 받으면 유급이 된다. 이에 일부 과목에서 F등급을 받더라도 한 학년 전체를 재이수하지 않도록 대학이 올해(2024학년도)에 한해 유급(진급) 관련 특례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학교별 여건에 따라 'I학점 제도' 등을 도입해 성적평가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는 성적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해당 과목의 성적을 '미완(Incomplete)'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 동안 미비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의 실습수업도 가급적 2학기에 보충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 국시 실기시험 추가 실시도 보건복지부(복지부)와 협의해 적극 검토키로 했다. 앞서 정부가 2020년에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꺼내들자 의대생들은 1년에 한번 보는 의사 국시 응시를 거부하고, 집단 휴학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해 재응시 불가 방침을 밝혔지만, 이듬해인 2021년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시행한 선례가 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최소화하도록 했다. 1학기를 보충하는 성격의 2학기나 보충학기에 참여하는 의대생들은 추가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의대생 복귀는 요원..특혜 논란엔 선그어
정부 입장에선 의대생에게 과도한 특혜를 줄 수 있단 비판을 감수하고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의대생들은 올 2월부터 넉달 넘게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설사 돌아온다고 해도 기초 의학 과목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과목을 집중 이수하는 의대 수업 과정 특성상 1학기 학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압축적으로 수업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의대생들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인 임상실습을 마친 뒤 국시에 응시해야 하는데 당장 이달 22일부터 실기시험 접수가 시작된다.

교육부의 특례 조치에도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도 신입생들을 우선 보호하는 대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의예과 1학년 교과목에 대해 2025학년도 신입생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운영계획 수립을 권고했다.

휴학 승인과 관련해선 불가능하단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집단적인 동맹휴학은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휴학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여전히 휴학 승인은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학생들이 돌아와 적정기간 실습과정을 이수한다면 의사 국시를 치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단게 복지부와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당국이 의대생들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단 지적에 대해 이 부총리는 "(의대생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한 조치"라며 "의료 인력 수급 차질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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