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마저 "신환 못 받습니다"…암환자들 "어디로 가라고"

천선휴 기자 2024. 7. 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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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도 신규환자 진료 축소 선언
환자단체 "제 때 치료 못 받는 불안감↑…갈수록 상황 악화"
5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7.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다섯달째 이어지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오던 의대 교수들이 결국 신규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축소하고 있다.

특히 빅5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예약 및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 암 환자들이 몰리던 국립암센터마저 신규 환자 축소 선언을 하면서 암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이 극도로 치솟고 있다.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공백이 5개월째 지속되는 동안 국립암센터 전문의들은 중증 암환자들의 적정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나 사태의 장기화로 진료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국립암센터 전문의들은 기존 암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 신환자 진료 축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떠나기 전 국립암센터에는 78명의 전공의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는 국립암센터 전체 의료진 중 27%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하지만 현재 국립암센터엔 7명의 전공의만 남아 있다. 이에 남은 전문의들은 주 70시간 이상 근무, 월 6회 이상 당직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대위는 "개별 외래 조정 후에도 심리적, 체력적 번아웃으로 전문의들의 사직이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암환자에 대한 질높은 진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유감스럽지만 기존 암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환 제한을 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학병원들의 휴진과 진료 축소 선언들은 이어져왔지만 국립암센터의 이 같은 결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데다 지난 2월부터 정부가 시행해 온 비상진료체계 중심에 있던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그동안 국립암센터는 공공병원으로서 상당한 몫을 해왔다"며 "다른 상급종합병원들이 신규 환자를 안 받는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던 환자들도 그나마 국립암센터는 치료가 된다고 해 많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암센터마저도 신규 환자 진료를 축소한다고 하면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밀려 있는 환자들이 또 다른 병원들로 내몰리면 치료 여건들도 더욱 안 좋아질 게 뻔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실제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후 암 환자들이 빅5 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에 신규 예약을 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기존 환자들의 치료조차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정이었다.

김 대표는 "전공의들이 떠난 2월부터 상급종합병원들이 신규 암환자들의 예약을 아주 미미하게 받아왔다"며 "5대 병원을 기준으로 해서 한 곳이 안 되면 그 다음, 또 그 다음, 이렇게 해서 하루에 20~30군데 병원에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순서를 정해놓고 계속 전화를 돌리게 되는 것"이라며 "게다가 희귀암의 경우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 것"이라며 "전공의가 없다 보니 기존 예약 환자를 처리하는 데도 버거워 일정 기간 예약을 막아두고 또 좀 풀리면 좀 받고 이런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암 관련 진료과는 더욱 진료 예약이 힘들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과마다 사정이 좀 다르긴 한데 특히 암 환자가 몰리니 진료도 더욱 밀리고 신규 환자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암은 조직검사를 할 때 의사가 동행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교수가 진료를 보다가 환자 검사할 시간이 됐다고 뛰어갈 순 없지 않나. 원래 전공의들이 해왔던 일을 모두 교수가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환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아파도 제때 치료받을 수 없게 됐다는 불안감은 지금 아픈 데가 없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김성주 대표는 "원래 같으면 한 달 뒤에 만날 수 있던 의사도 내년에 만나야 하고, 만났다고 하더라도 치료도 다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계속 뒷북만 치고 있고 전공의가 떠난 지 150일이 다 되도록 변한 게 없다. 근데 두려운 건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해질 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도 오죽하면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들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겠느냐. 진료지원 간호사의 역할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는 제발 전공의가 돌아오지도 않을 대책만 내놓지 말고 이제라도 실리적인 대안을 내놔달라"고 호소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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