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선균’도 블록버스터도 처음…“힘들었지만 관객 웃음에 안도”

김은형 기자 2024. 7. 10. 14: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은 생전에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아버지를 연기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이선균 배우는 평소에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아니라 '츤데레'(겉으로는 살갑지 않지만 속으로 따뜻한 사람)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현실의 부모 자식 관계 는 늘 정겹고 훈훈한 게 아니잖나 . 이런 이선균 배우의 성격이 녹아 영화 속 정원이 전형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선균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12일 개봉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은 생전에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아버지를 연기하지 않았다. ‘기생충’에서처럼 아이를 둔 아버지 역을 맡은 적도 있지만 그가 연기해온 캐릭터는 자식을 돌보는 아버지이기보다는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치이거나 현실과 싸우는 단독자의 모습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면서도 평범한 가부장 질서와 좀처럼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미지가 이선균을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 잡게 한 동력 중 하나였다.

12일 개봉하는 고 이선균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아빠 이선균’을 처음 만나는 영화다. 여기서도 이른바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4인 가족의 가장은 아니다. 그가 연기하는 정원은 동화작가인 아내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홀로 중학생 딸(김수안)을 키우는 인물로 자신이 모시는 유력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청와대 행정관이다. 일과 대선 승리에 대한 의지로 가득 찬 정원의 마음에 외로운 딸이 들어갈 자리는 넓지 않다. 결국 유학을 결심한 딸을 공항에 데려다주는 길에 공항대교에서 재난의 도미노를 겪으며 정원과 딸이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되찾는 과정이 영화 ‘탈출’의 큰 줄기다.

‘탈출’은 이선균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이기도 하다. 알고 지내던 김태곤 감독이 정원 역을 제안했을 때 이선균은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탈출’의 김 감독은 “이선균 배우는 홍상수 감독 작품부터 코미디와 멜로 등의 장르물, ‘나의 아저씨’같은 드라마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그런 그가 안 해본 장르가 블록버스터 장르라서 오히려 욕심이 났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탈출’은 여러 겹의 재난이 차례로 발생하면서 점층적으로 긴장의 끈을 조여가는 영화다. 시계 제로인 안갯속에서 수십중 추돌 사고가 나고 이 와중에 전투용 살상 무기로 훈련됐다가 폐기처분을 위해 싣고 가던 개들이 탈출한다. 개들에 공격을 받던 중 구조를 위해 왔던 군용기가 다리에 부딪혀 폭발하고 이로 인해 다리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김 감독은 이선균을 통해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비현실적인 장르와 현실적인 캐릭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내가 아는 이선균 배우는 평소에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아니라 ‘츤데레’(겉으로는 살갑지 않지만 속으로 따뜻한 사람)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현실의 부모 자식 관계 는 늘 정겹고 훈훈한 게 아니잖나 . 이런 이선균 배우의 성격이 녹아 영화 속 정원이 전형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영화의 가장 긴박한 순간에 정원이 읽는 아내의 마지막 동화책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적힌 메모는 이선균이 남긴 메시지로 보이기도 한다. 통쾌하고 시원한 맛의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가 무거운 영화 밖 이야기를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은 감독에게 그 어떤 어려움보다 더 큰 고민이었을 터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형(이선균)이 옆에 있었다면 관객들이 많이 보는 게 중요하지 다른 게 뭐가 중요해? 말할 거 같아서 예민한 상황을 피해가기보다는 처음 형과 준비했던 대로 잘 완성하는 게 형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사할 때 너무 조심스러웠는데 영화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할 때 관객들이 박수하면서 밝게 웃는 걸 보고 안도했다”고.

세상을 떠난 뒤 스크린에서 예의 단단하고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선균은 12일 개봉하는 ‘탈출’에 이어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와 함께 다시 관객을 찾아온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