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날 버렸다고 한 사람이 이제는 울산과 팬들을 버렸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7. 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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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날 버렸다고 한 사람이 이제는 울산과 팬들을 버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음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가장 분노한 건 울산 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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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날 버렸다고 한 사람이 이제는 울산과 팬들을 버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음을 밝혔다.

깜짝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전체적인 반응은 좋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기대했던 상황에서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이 내정된 건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오기 힘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8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 내정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임생 총괄이사는 “협회는 2026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는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기간은 2027 AFC 사우디 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다. 먼저 시즌 중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울산에 감사 인사드린다. 동시에 울산 팬들과 K리그 팬들에게는 시즌 도중 이런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하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감독 선임에 고생하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비롯해 전력강화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가장 분노한 건 울산 팬들이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수장을 잃은 상황. 현재 2024시즌 2위로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 그리고 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8일 오후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처용전사’는 “처용전사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협회에 요구해 왔다”며 “그것이 대한민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대한민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며 “오늘 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대한민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라고 마무리했다.

사진=울산HD 서포터즈 ‘처용전사’
사진=울산HD 서포터즈 ‘처용전사’
이미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후 홍명보 감독이 차기 사령탑으로 언급되자 트럭 시위까지 했던 ‘처용전사’다. 그러나 5개월 뒤 그들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울산 역시 입장문을 발표, 아쉬움 감정과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멋지게 보내주자는 뜻을 전했다. 울산의 ‘대인배 마인드’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나, 팬들의 상처 가득한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많으면 30년, 적어도 2년 동안 울산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의 이야기가 MK스포츠를 통해 전해졌다.

“태어날 때부터 울산 팬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홍명보 감독을 보며 이 세상에 과연 진실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2014년 당시 대한민국이 자신을 버렸다고 해놓고 이제는 울산과 팬들을 버렸다. 개인적으로 ‘정의구현’을 기대한다.” - 울산 30년차 팬

“시즌 중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황당하고 또 유감이다. 어떤 형태로든 홍명보 감독이 직접 해명해야 할 것이다. 리그 성적과 팀 스쿼드에 걱정이 많고 울산문수구장 좌석 교체 건으로 정신없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우승까지 17년을 버텼으나 최근 며칠은 견디기 쉽지 않다.” - 유상철·울산 28년차 팬

사진=연합뉴스 제공
“잠수 이별이 아닌 잠수 이혼을 당한 기분이다. 얼마 전까지 협회와 전력강화위원회를 비판, 울산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 홍명보 감독이 차기 대표팀 감독이 됐다. 본인의 휴대폰을 끄고 ‘잠수’했으며 당일 저녁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다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허탈함과 동시에 분노했다. 이 사람이 왜 10년 전에 실패했는지, 울산에서의 마무리가 좋지 않은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꼭 처절하게 실패하기를 바란다.” - 울산 10년차 팬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많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 이유를 모르는 이별을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 같다.” - 울산 20년차 팬

“대한민국이 날 버렸다고 했던 사람이 버림받은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울산을 버렸다. 울산의 감독을 지키기 위해 근조화환을 보냈고 트럭 시위에 쓰라고 만원도 안 되는 돈을 보낸 학생도 있었다. 울산 팬들에게 (대표팀에)가지 않겠다, 사랑한다며 달콤한 말을 했던 사람이 마음속에 남은 축구의 낭만을 죽였다.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내세워 ‘배 째라’식의 일방적인 통보를 한 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울산과 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과연 이 시스템이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나.” - 울산 5년차 팬

이외에도 많은 울산 팬이 정성스러운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은 협회의 선택에 대한 비판, 그리고 자신들을 버리고 간 홍명보 감독의 배신에 대한 서러움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 이번 일이 울산만이 아닌 K리그 모든 구단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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