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긴 했는데 또···외인 1선발이 연출하는 KIA의 승부처
KIA가 후반기의 문을 완승으로 시원하게 열었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기운이 남았다. 제임스 네일(31)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도 미스터리한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네일은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5.1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타선 지원을 든든히 받아 6월1일 KT전 이후 무려 6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 시즌 8승째를 거뒀다. 그러나 ‘고비’를 넘기지 못해 선발로서 충분한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잘 던지다 어느 한 순간 연속 실점하는 희한한 투구가 이날도 나왔다. 네일은 4회까지는 안타를 단 한 개도 맞지 않았다. 4회말 1사후에야 2루수 실책으로 첫 출루를 내줄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최고 시속 151㎞ 투심과 스위퍼, 체인지업의 배합에 LG 타자들은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방망이를 헛돌렸다. 맞아도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고 거의 내야 땅볼로 잡혔다. 4회까지 투구 수가 47개밖에 되지 않았다. 5월까지 개막 두 달 간 보여줬던 특급 투구로 돌아간 듯 보였다.
그러나 5-0으로 앞선 5회말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 두 타자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안타로 출루시킨 네일은 1사 1·3루에서 8번 구본혁에게, 2사 1·2루에서 1번 홍창기에게 각각 적시타를 맞고 2실점 했다
6회초에는 최형우의 만루홈런으로 KIA가 9-2로 달아났다. 그 직후 네일은 홈런을 맞았다. 6회말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주더니 오스틴 딘에게 투심을 몸쪽으로 붙인 것이 좌월 2점 홈런이 되고 말았다. 이어 문보경에게도 좌월 2루타를 맞고 박동원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낸 뒤 7번 좌타 박해민 타석이 되자 KIA는 9-4로 앞선 1사 2루에서 결단을 내려 네일을 교체했다.
KIA에게는 악몽 같은 기억이 있다. 14-1로 이기다 연장전 끝에 15-15 무승부로 끝낸 6월25일 사직 롯데전이다. 당시 타선이 대폭발해 4회까지 14점을 뽑았으나 네일이 4회 6실점, 5회 2실점 해 14-9까지 허용하고 5이닝 9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네일은 6월13일 문학 SSG전에서도 1-0으로 앞서던 5회말에 갑자기 연속 안타에 홈런까지 몰아서 맞고 5실점, 빅이닝을 내주고 역전패를 허용했다. 5월까지와 달리 6월 이후로는 4~5회가 되면 고비가 오고 결국 실점을 하는 상황이 잦다. 역전패 하거나 경기가 위험해지는 경우들이 생기다보니 KIA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이날 LG전에서는 투구 수 79개로 여유 있는 상태에서, 이닝 도중 불펜을 가동했다. 후반기의 첫 경기, 더 쫓기면 또 악몽이 소환될 수도 있는 승부처라 판단하고 네일을 일찍 교체했다.
네일은 4~5월에 무적의 투구를 펼쳤다. 11경기에서 8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면서 6승1패 평균자책 1.64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도 평균자책 1위(2.66)를 유지는 하고 있었지만 6월 이후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2번밖에 못하고 있다.
KIA는 이날 승리로 2위 LG와 승차를 개막후 최대인 4.5경기 차까지 벌렸다. 역대급 순위 싸움 속에서, 쫓아오는 팀들을 뿌리치고 한여름 질주하려면 외국인 1선발인 네일의 안정된 투구가 꼭 필요하다. 선발 투수 교체 순간이 승부처가 돼서는 곤란하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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