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무소 연 건축 거장 日쿠마 켄고 “요즘은 도쿄보다 서울이 선구적”
최근 갤러리·박물관·오피스 등
한국서 잇단 설계 프로젝트
“韓 동시대 문화 전 세계 주목
문화적 자극 건축에 살리고파”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70)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지난 5월 말 한국 사무소를 설립하게 된 배경으로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떠오른 서울의 잠재력을 꼽았다. 쿠마는 “원래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에 거점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한국의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의 관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건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마가 이끄는 설계 사무소인 쿠마켄고앤드어소시에이츠(KKAA)는 올해 5월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주택가에 한국 사무소를 새롭게 오픈했다. 최근 한국에서 잇달아 건축 설계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문을 연 화이트스톤갤러리 서울과 지난달 5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개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소리 박물관 ‘오디움’ 등을 설계한 데 이어 현재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KT에스테이트·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이 추진 중인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의 종합 설계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쿠마는 일본의 목조건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제한적인 공간에서 주변의 자연 환경과 장소가 가진 문화적 맥락을 살린 건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쿠마의 작고, 낮고, 느린 자연주의 건축물은 언제나 자연과 어우러지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동한다. 바다·물·집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도쿄의 ‘워터 글래스 하우스’, 제주도 현무암을 소재로 오름의 부드러운 곡면 형태를 지붕에 반영한 롯데제주리조트 ‘제주 볼(아트빌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쿠마는 “큰 부지에 큰 건축을 만들기보다는 작지만 그 장소의 개성을 살린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의 화려한 인공 건축물과는 다른, 이른바 ‘약한 건축’이다. 그가 설계한 건축 작품은 세계 20여 개국, 400여 개에 이른다.
켄고가 맡은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역시 성수동 2가 255-3, 269-207에 위치한 노후 연립주택인 창수연립과 신안맨션을 인수해 오피스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대지면적은 약 700평으로 KT에스테이트는 이 자리에 지하 7층~지상 11층, 연면적 약 7200평 규모의 오피스 시설을 개발할 계획이다. 성수동 일대에서 여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 프로젝트는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쿠마 켄고가 설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지난달 12일 사업 컨소시움은 2070억원 규모의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에도 성공했다.
쿠마는 화이트스톤갤러리 서울과 오디움, 아트빌라스 외에도 강원도 춘천의 ‘네이버커넥트원’과 부산 롯데타워 등 한국의 건축물들을 설계했다. 쿠마는 “앞으로도 많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현상 설계 공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작게나마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하고 싶고, 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프로젝트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도쿄에서 거리도 가깝고, 저도 자주 서울에 가서 함께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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