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그래도 한동훈" vs "대세론 꺾여"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읽고 씹었다는 뜻의 은어) 논란'이 집권여당의 당권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읽씹 논란이 각 후보들에 대한 기존 지지세를 결집시킬 뿐 지지 후보를 바꾸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파괴력이 큰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이번 논란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구도를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후보가 반윤(반윤석열) 당 대표가 돼 정권이 흔들리고 탄핵 등으로 재집권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우려한 당원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등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전날 처음으로 공개 토론장에서 맞붙었다. 첫 방송 토론에서 후보들은 읽씹 논란과 관련 난타전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한 후보를 겨냥 "정치적 판단이 매우 미숙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윤 후보 역시 "그 당시 어리석었다고 (사과)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해당 문제에 대해 충분한 방법으로 소통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당대회가 읽씹 논란에 휩싸이면서 실제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해당 논란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한 후보에 대한 지지세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이고 하면 또 모르겠는데 현재 상황에서 김 여사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게 당원들에게 예전만큼 파괴력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네거티브 전략이 먹힌다고 해도 투표율이 낮아지고 투표를 안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 뿐 지지후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당내선거는 그 특성상 원래 투표율이 낮아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돼있는지가 중요한데, 기존 격차가 너무 컸다"고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는 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7일과 8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2003명에게 무선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당 대표 적합도는 45%를 기록했다. 2위인 원희룡 후보는 11%로, 한 후보와 격차는 34%포인트(P)다. 나경원 후보는 8%, 윤상현 후보는 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61%가 한 후보가 적합하다고 답했다. 원 후보 14%, 나 후보 9% 순이다.
결선이 치러질 경우에도 한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 후보와 한 후보가 결선에서 만날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한 후보가 당대표에 적합하다는 응답은 56%, 원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은 18%를 기록했다.
한 후보가 나 후보와 만날 경우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유권자 56%는 한 후보를 택했다. 나 후보는 20%다. 한 후보와 윤 후보간 가상 대결에서는 한 후보 61%, 윤 후보 8%를 나타냈다.
반면 영남권 등 강성 지지층에는 읽씹 논란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여전히 친밀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은 "윤 대통령을 위해 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후보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새 당 대표가 반윤 성향을 띄는 것에 대한 부담이 당원들 사이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가장 관심이 많은데 당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5%,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은 3.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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