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에 숨진 22살, 알바로 번 600만원 후배 장학금으로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6월 초 세상을 떠난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21학번 차수현씨가 생전 아르바이트로 번 6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학교 쪽은 캠퍼스 내 벤치에 수현씨의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겼다. 대구대 제공

“당신의 희망과 꿈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영원히 사랑합니다.”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캠퍼스. 빨간 공중전화 부스 옆 나무 벤치에 최근 특별한 의미가 생겼다.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지난달 세상을 떠난 이 학교 생물교육과 21학번 차수현(22)씨가 생전 아르바이트로 번 6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하자 학교 쪽이 수현씨의 이름과 함께 그의 소중했던 꿈을 기리는 문구를 벤치에 새긴 것이다.

10일 대구대의 설명을 들어보면, 2021년 대구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한 수현씨는 입학과 동시에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다.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양성 종양)이 생기는 병으로,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20여 년 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한 수현씨의 아버지 차민수씨는 “딸이 나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딸에게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웠고 당시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6월 초 세상을 떠난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21학번 차수현씨가 생전 아르바이트로 번 6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대구대 제공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어 갓 스무 살이 된 수현씨는 자연 치유 쪽을 택했고 이후 성치 않은 몸으로도 3년 동안 한 학기도 쉬지 않고 학업에 매진했다. 생물교육과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하고, 교내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던 중 병세가 악화된 수현씨는 지난해 말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그토록 하고 싶던 교생 실습을 하지 못한 채 지난달 초 끝내 숨을 거뒀다.

그런 수현씨에게는 ‘마지막 바람’이 있었다. 생전 병상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수현씨는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며 번 돈 이야기를 꺼냈다. 수현씨는 아버지에게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대 캠퍼스 내 차수현씨의 이름과 추모 문구가 새겨진 나무 벤치. 대구대 제공

이에 아버지는 지난달 중순 학교를 방문해 수현씨가 모은 600만원을 사범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그는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은 “수현 학생의 못 이룬 꿈이 캠퍼스에 잘 간직되고 후배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