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알고보니혼수상태, '춤추고 노래하는' 진귀한 작곡듀오

조성진 기자 2024. 7. 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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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5곡(2024년 4월 기준)을 쓴 저작권 갑부
가수 되고 싶은 포부도 있어
최근 기억에 남는 곡 작업은 김연자
음악으로 번 돈은 향후 ‘나눔’ 위해 쓸 것
모든 음악작업에서 야마하 신시사이저 고집
장민호, 곡쓰기 역량 탁월
이찬원, 젊은 트로트 가수 중 원탑
안성훈, 강약조절과 기승전결 탁월
정서주, 트로트 영역의 세련화
사진제공=알고보니 혼수상태 (왼쪽부터 김경범, 김지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KBS2TV '불후의명곡'은 지난 2011년 6월 4일 첫 방송 이래 6일(토) 665회를 방영했다. 어느덧 많은 사랑을 받는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지난 5월엔 '트로트 영 레전드 특집'으로 작곡 듀오 '알고보니 혼수상태(김경범‧김지환)' 편이 방송됐다. 이로써 알고보니혼수상태는 그간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레전드 중 최연소 작곡가란 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 25일 발매한 김연자 데뷔 50주년 싱글앨범 [더 글로리 – PART1]에도 참여했다. 김연자 앨범에서 알고보니혼수상태는 어머니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담은 '어머니의 계절'을 작사‧작곡했다. 이 곡은 헝가리의 60인조 오케스트라와 국내 정상급 세션 연주자 총 68명이 함께했다.

알고보니혼수상태는 '미스트롯3'가 끝나고 방송 활동이 많았다. 작곡가로선 흔치 않게 음악방송에 출연해 2주 연속 무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기도 했다.

'미스트롯3' 경연 때 신곡 미션에서 나영(김나영)이 부른 '99881234'는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99살까지 팔팔하게 하루 이틀 삼일만 아프다 가자'란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은 모두가 꿈꾸는 것이다. 노래가 나온 후 많은 사람-특히 5060세대-의 건배사로 사용할 정도다. 이 곡을 들으면 힘이 난다는 반응이 많았고 전국의 노래교실에서도 많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알고보니혼수상태는 안무(고수봉)를 짜고 춤 연습을 한 후 무대에 오를 만큼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좋은 메시지의 곡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선 소위 '3분 카레'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쏜살같은' 작곡 역량의 소유자지만 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고수봉 안무가에게 춤을 배울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래도 고수봉 안무가의 '원 포인트 레슨' 덕분에 방송 무대에서 남 못지않게 춤을 춰가며 노래를 불렀다. SBS에서 박서진과 '별아별아' 무대도 꾸몄다.

작곡가가 노래하며 춤까지 추는 모습에 일부에선 알고보니혼수상태를 '도전의 아이콘'이라고도 했다. 김연자, 진성 등이 우스갯소리로 알고보니혼수상태에게 "데뷔해라"고 말할 정도다.

"가수에 대한 꿈은 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제반 환경이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가수가 아닌) 우리에게 '이번엔 율동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등 계속 주문이 들어옵니다. 우린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주문이 오면 또 그렇게 따라줍니다. 하고 나면 또 다른 걸 하게 되고."

방송 스태프가 알고보니혼수상태에게 이렇게 요청하는 이유는 "잘할 줄 몰랐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하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혼수상태'는 무려 1285곡(2024년 4월 기준)을 썼다. 아직 30대 작곡 듀오인 걸 감안한다면 놀라운 작업량이다. 이들의 부지런함, 그리고 무엇보다 트로트계의 대세 작곡가란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저작료 수입도 상당하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액수가 크다. 하지만 일상에선 전혀 '있는 티'를 내지 않는다. 너무 검소해서 주변 사람들이 항상 놀랄 정도로.

그럼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지출하는 것일까?

"향후 '나눔'을 위해 대부분 저축합니다. 극히 일부는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거나 가끔 장비 업그레이드에 쓰는 정도입니다."

알고보니혼수상태는 음악으로 번 돈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함께하는 사회를 꿈꿔왔다. 관련 자세한 내용은 2023년 9월 5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 참조.

사진제공=알고보니 혼수상태

가장 최근에 쓴 곡으론 김연자의 '어머니의 계절'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연자 선생님이 어머니에 관한 노래가 한 곡도 없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 더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무려 30여 차례나 가사 수정을 할 만큼 다듬고 또 다듬었죠. 김연자 선생님은 녹음실에서 이 곡을 부르다 울컥해서 펑펑 우셨습니다. 슬프지만 또한 감동의 순간이었어요."

장민호, 이찬원, 안성훈 등 트로트계의 스타들도 이 작곡 듀오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 알고보니(김지환) 혼수상태(김경범)는 장민호의 '무뚝뚝'과 '저어라', '인생일기' 등 여러 곡을 작업했다. 이찬원의 '시절인연'은 현재까지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하고 있다.

"장민호 님은 '좋은 곡은 언젠가는 역주행한다'는 마인드의 소유자입니다. 모든 곡 하나하나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수죠.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곡 쓰기 역량도 대단합니다. 민호 형에게 이렇게 곡을 잘 쓰면 우린 뭘 먹고 삽니까라고 말할 정도죠. (웃음)"

"이찬원은 젊은 세대의 남자 트로트 가수 중에서 정통 트로트를 가장 잘 부릅니다. 젊은 세대 중에선 이찬원이 원탑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정통 트로트에선 밀고 당기기 등 적절한 기교를 맛깔스럽게 살릴 줄 아는 게 중요한 데 바로 이런 걸 가장 잘하는 가수가 이찬원입니다."

"안성훈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 강약조절이 탁월합니다. 말하듯 노래할 때나 지르는 부분 모두 잘 구사합니다. 보컬만의 소리 기승전결을 잘 나타내는 가수죠. 안성훈은 여러 장르 고루 잘하는 가수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론 발라드를 부를 때가 가장 멋져 보입니다."

'알고보니 혼수상태'는 '미스트롯3' 진 출신의 정서주도 꼽고 싶다고 했다. 정서주는 '미스트롯3' 신곡 미션에서 알고보니혼수상태가 작사‧작곡한 '바람 바람아'로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가수다.

"정서주는 트로트와 발라드 가수의 경계에 있는 가수입니다. 양 장점을 두루 갖추었죠. 향후 트로트를 세련된 감성의 영역으로 넓힐 수 있는 보컬이라고 봅니다."

알고보니혼수상태는 트로트 외에 일반 가요 작곡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 KBS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중 제이세라(J-CERA)의 '잊는다고 잊혀지니', 윤채원(클라시)의 '아메리카노 한잔에 빗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알고보니혼수상태 하면 트로트 작곡 듀오로만 알려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트로트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쓰고 있는 데에도 말이죠."

"제이세라는 굉장한 노력파 가수입니다. 제이세라의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창법이 많이 달라진 걸 알 수 있어요. 날이 갈수록 창법에 더욱 깊이가 생기고 있죠. 깊이 있는 소리를 위해 연구를 정말 많이 하는 보컬입니다. 가수가 자기 창법을 바꾼다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점에서 제이세라는 대단한 것 같아요. 녹음도 매우 꼼꼼하게 디테일을 더하는 스타일입니다."

사진제공=알고보니 혼수상태

알고보니혼수상태는 많은 악기 브랜드 중에서도 야마하만 고집하는 '야마하 악기 애호가'다. 고3 때부터 야마하를 접했고 18년 넘게 한 브랜드만 고집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델은 야마하의 상위 신시사이저 모델인 '몽타주(Montage)'다. 스튜디오에서건 공연‧방송에서건 야마하로만 연주하고 있다.

"알고보니혼수상태의 음악적 지향성에 가장 적합한 악기가 야마하입니다. 야마하 몽타주는 소리의 표현범위가 매우 넓어요. 알고보니혼수상태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다시 말해 우리의 감성에 가장 잘 맞는 신시사이저인 것 같아요."

그간 '알고보니 혼수상태'가 작업한 모든 음원에서 야마하 몽타주 신스를 사용했다.

"우리에게 각종 음악적 영감을 주는 악기도 야마하입니다. 향후 각종 봉사활동을 할 때 야마하와 콜라보 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5일 오후 10시 방송된 TV조선 '미스터로또'의 '트롯 만수르' 특집에서 안성훈과 함께 할 때도 야마하 건반을 사용했다.

알고보니혼수상태는 그간 함께 했던 가수들을 초대해 2025년경 자선콘서트 형태의 방송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요청하는 가수들 모두에게 곡을 써드리고 싶지만, 우리의 머리, 가슴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100% 응하지 못하는 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움직이는 게 제일 중요하며 또 이렇게 해서 쓴 곡이 반응도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이 잘 통하는, 그리고 음악성도 잘 맞는 가수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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