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면 또다른 장애물"…의정, '2월 vs 6월' 사직효력 신경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의정은 사직 수리 시점을 2월 말로 하느냐, 6월 초로 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개의 빗장을 걷어내면 또다른 빗장이 목적지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형국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날(9일) 회의를 통해 사직을 원하는 전공의는 요구대로 2월 29일 자로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합의했다. 수리 시점을 두고 모든 수련병원이 동일하게 대응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는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하더라도 법적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6월 4일부터 장래효로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했으므로 사직 효력은 원칙적으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고 밝혔다.
수련병원이 사직서를 2월에 수리한다면 퇴직금이나 4대 보험료 등의 정산에만 적용될 뿐 수련 일정에는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계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자체가 위헌적이니 2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34개 의대 교수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셀프 면죄부를 발급한 채 병원과 전공의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선언인바, 정부 스스로 자괴감이 들지 않나. 사직서 수리 금지를 취소하거나 애초에 무효였음을 고백하라"고 비판했다.
전공의들도 사직서 수리 시점, 필수의료 처우, 의대 증원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근무자는 1095명(출근율 8%)에 불과하다.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506명 중 사직서 수리는 65명(사직률 0.62%)에 그친다. 복지부는 오는 15일까지 전공의 사직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앞으로 수련병원이나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퇴직금 청구 소송이 늘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사직 전공의 3명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청구와 퇴직금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강명훈 법무법인 하정 변호사는 "이번 조치의 영향이 두 가지로 나타난다. 병원이 사직 처리만 잘 해주면 소송까지 진행하지 않겠다는 이도 있으나 이번 조치가 생각과 다르다, 불합리하다고 보고 소송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대전협 같은 단체에서 연락이 온 건 없지만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전공의들이 꽤 있다. 11일 중 소장을 추가 접수할 것 같다"며 "사직 전공의 3인의 소송은 8월 중순은 돼야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전국을 돌며 전공의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의대생 단체 대표의 결별 통보를 받아든 의협은 지난 8일부터 전국 40개 의대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반응이 좋지는 않으나, 만나 얘기를 듣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가고 있다. 의협 회무나 현안에 관심은 있었지만, 참여할 기회가 없던 이들의 얘기를 듣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전공의와의 대화가 성사돼 관심을 끈다. 소아응급의학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10여명의 전공의들과 면담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주선해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에서 전공의들은 이 의원에게 현 상황에 대한 입장 등을 전했고 이 의원은 격려하며, 계속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등 개혁과제 논의 상황을 점검한다. 정부는 전공의 등의 의료개혁특위 참여를 거듭 요청하며 2026년 의대증원 논의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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