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마다 피난이 연례행사"…전북 최고 강수량 익산 '연화마을' 주민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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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에서 새벽에 부랴부랴 왔어요. 장마철만 되면 피난 오는 게 연례행사에요. 이번에는 예년보다 3~4일 정도 빨리 피난 온 거에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함라면 신목리의 양산마을 초입에 있는 '양산경로당'에는 이웃 연화마을에서 대피해 온 30여명의 주민들이 하늘을 보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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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에서 새벽에 부랴부랴 왔어요. 장마철만 되면 피난 오는 게 연례행사에요. 이번에는 예년보다 3~4일 정도 빨리 피난 온 거에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함라면 신목리의 양산마을 초입에 있는 '양산경로당'에는 이웃 연화마을에서 대피해 온 30여명의 주민들이 하늘을 보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함라면은 이날 오전 0시에서 6시까지 무려 257㎜의 폭우가 쏟아져 이 지역 기상 관측 이래 시간당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연화마을에서 5000평 벼농사를 짓는다는 윤화례 어르신(69)은 "엊저녁에 비가 얼마나 쏟아졌는지 말도 허지 마"라며 "번개가 번쩍번쩍 허는디 새벽 5시 30분이 피난 왔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화마을 주민 20여가구는 대부분 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이 집중호우 시 연례행사처럼 인근 양산마을로 대피하는 이유는 주변지역보다 저지대인 까닭에 동네가 오히려 거대한 물그릇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화마을에서 60년 농사를 지어왔다는 최민호 옹(73)은 "마을이 익산시 함라면과 황동면, 군산시 서수면 등 2개 시(市) 3개 면(面)의 경계에 있는데다 주변보다 저지대에서 집중호우 때마다 모든 빗물이 몰려온다"며 "우기에는 마을이 주변의 비를 담아내는 거대한 운동장으로 변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 옹도 "매년 피난 오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며 "작년에는 7월 12일 이곳 양산마을 경로당으로 피난 왔었다"고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익산시가 적극 나서 배수펌프를 가동하는 등 물빼기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농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80대의 주민은 "10만평 이상의 논이 거대한 바다로 변해 3일 이상은 가야 물이 빠질 것"이라며 "저지대 농사를 위해 인근의 탑천 배수로 확장을 비롯해 국가가 나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양산마을과 연화마을의 저지대 논은 빗물에 잠겨 거대한 강을 연상케 했으며 간간이 서 있는 전봇대만 보였다.
주민들은 각종 병해충 걱정과 함께 늦게 심은 모가 물속에 잠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하며 한숨만 몰아쉬었다.
익산시 함라면에는 지난 8일 0시부터 10일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 400.5mm를 기록할 정도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한해 내리는 비 양의 3분의 1이 지난 사흘 새 버킷으로 퍼붓듯 쏟아져 내린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전북 평균 누적 강수량 176.8mm의 2배 이상되는 집중호우여서 주민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익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9일 저녁 9시 40분에 '비상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다음날인 10일 0시 40분에 '비상 2단계'로, 같은 날 새벽 2시 30분에는 아예 '비상 3단계'로 각각 격상하고 전 직원이 나서는 등 시정의 역량을 총동원해 호우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10일 오전 5시 30분경에 '양산경로당'을 찾아 대피 주민들을 위로하며 피해 최소화와 신속한 복구 등을 약속했다.
[박기홍 기자(=익산)(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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