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밈 코인에 막내아들이 관여했다?[비트코인 A to Z]
도지코인을 포함한 밈 코인이 상승세입니다. 코인 시장 전문매체를 운영하는 저로서는 솔직히 말해 이럴 때 참 난감합니다. 상승과 하락을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도지코인을 포함해 밈 코인은 애초부터 엉뚱한 장난으로 만들어진 코인이고 일론 머스크 같은 유력 인사의 장난에 등락하는 종목입니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누가 또 장난을 쳤나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도지코인, 밈 코인 세상을 열다
밈 코인은 2013년 처음 등장합니다. 그 주인공은 미국의 개발자 두 명이 장난 삼아 만든 도지코인입니다.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이 인기를 얻은 뒤 당시 이런저런 코인이 만들어지는 현실에 두 사람은 비판적이었습니다. 결국 ‘그게 코인이면 이것도 코인이다’라며 시바견 얼굴을 새긴 코인을 만들어 내놨습니다. 엉뚱하게도 사람들은 도지코인을 재미있어 했고 사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머스크도 이들 무리에 동참했고 2019년 그가 처음 도지코인을 언급하자 폭발적 상승을 기록합니다.
그사이 기술은 발전했고 블록체인과 코인을 새로 만드는 게 도지코인 때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도지코인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본떠 시바견을 로고 삼은 ‘시바이누’라는 코인이 2020년 등장해 새로운 인기몰이를 합니다. 그 뒤로도 각종 ‘개 코인’이 우후죽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엔 개를 좋아하는 사람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기에 ‘고양이 코인’도 우르르 생겨났습니다. 어디 그걸로 되겠습니까. 다른 동물도 데려와야죠. 밈 코인 시장에는 개, 고양이, 개구리, 곰, 매, 닭 등등 수많은 동물이 즐비합니다. 코인마켓캡 기준 밈 코인으로 분류된 암호화폐는 2400개가 넘고 시가총액은 67조원, 하루 거래량은 4.7조원 수준입니다(7월 3일 기준).
물론 사람도 밈 코인의 소재가 됩니다. 유명한 사람들, 특히 최근엔 정치인이 하나의 굵은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는 유독 그 열기가 뜨거워서 여러 종류의 바이든 코인과 트럼프 코인이 만들어졌습니다. 두 코인의 장외 대결은 종종 언론에 회자됩니다. 바이든의 참패로 평가되는 최근 첫 TV토론 이후 트럼프 코인은 오르고 바이든 코인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후보 본인과 상관 있는 건 아니며 ‘개 코인’, ‘고양이 코인’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그냥 만든 겁니다. 이럴 때 밈 코인은 인기 투표 같기도 하고 돈을 건 투전판 같기도 합니다.
2006년생 아들 개입설 돌았던 ‘Save America’ 코인
하지만 대선후보 밈 코인에 후보가 직접 연관됐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 돈이 직접 후보에게 전달이 될 수 있으니까요. 여러 트럼프 밈 코인 중 하나가 트럼프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가 직접 주도한 거라고 해서 지난 6월 화제가 됐던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코인의 이름은 ‘Save America’, 트럼프가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티커는 DJT, 도널드 J 트럼프의 이니셜입니다. 사실 트럼프 밈 코인 대장주인 Trump(MAGA)를 포함해 그의 발언, 그의 이름을 딴 코인이 워낙 많다보니 DJT도 처음엔 그리 특별해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런이 관여돼 있다 하니 그 존재가 간단치 않아졌습니다. 배런은 2006년생으로 트럼프의 5자녀 가운데 막내이고 세 번째 결혼 상대인 현 부인 멜라니아와의 사이에선 유일한 소생입니다.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멜라니아는 배런의 학기를 마치는 게 우선이라며 백악관 입주를 미뤘습니다. 물론 오래지 않아 워싱턴으로 전학하면서 백악관 생활에 합류를 했고 퇴임 이후에는 플로리다 팜비치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배런의 밈 코인 DJT 연루설은 처음엔 소문 수준이었지만 누군가의 증언을 통해 꽤 구체적인 뉴스가 됐습니다. 자신이 관여한 건 아니지만 개발 과정을 자문해줬다면서 DJT는 배런의 컴퓨터에서 생성되었고,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의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배런이 자기 아버지가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좋아하신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멜라니아가 직접 사생활을 철저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막내아들 배런은 아직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2020년 트럼프 캠페인을 주도했던 로저 스톤이 “트럼프 부자가 관여된 바 없다”고 했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DJT 코인 가격은 배런 연루설이 제기됐을 때 3배 가까이 오르더니 지금은 도로 이전 가격으로 떨어졌습니다.
유명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밈 코인
배런 트럼프의 사례에서 보듯 밈 코인은 유명인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도지코인의 성공을 논할 때 머스크를 빼놓을 수 없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왜일까요? 밈 코인라는 게 결국은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 이름과 로고를 그럴듯하게 붙이고 거기서 생성한 코인을 내다파는 것입니다. 트럼프 코인에서 보듯 이름도 어디선가 가져오기 일쑤이고 로고도 대부분 오리지널이 아니고 갖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별화할 수 있는 주요 요소는 홍보입니다. 홍보와 마케팅을 잘하면 가격이 오릅니다.
가격이 오르면 처음에 만든 사람이 부자가 됩니다. 만든 사람이 가장 많이 갖고 있고 물량 배포 과정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명세를 갖고 있는 사람이 밈 코인을 만들어 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인 케이틀린 제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원래 몬트리올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이자 킴 카다시안 남매의 의붓아버지였습니다. 지난 5월 말 나흘 동안 자신이 출시한 여러 종류의 밈 코인을 홍보해 5억원가량을 벌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6월에는 호주 출신 래퍼 이기 아잘리아가 MOTHER이라는 밈 코인을 출시하자 많은 남성 팬의 동경을 받는 전직 킥복서 앤드루 테이트가 DADDY라는 밈 코인을 홍보하는 ‘성별 갈등’도 있었습니다. 테이트는 자기는 버는 게 없다면서 이 밖에도 자기 개 이름, 아버지 이름, 동생 이름을 딴 밈 코인을 널리 알렸습니다.
밈 코인 시장은 다른 코인보다 등락이 가팔라서 투자하기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위에 거론된 밈 코인 프로젝트 상당수가 내부자 거래 혐의가 불거지는 등 상당히 혼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기존의 제도와 플랫폼을 벗어나 새로운 커뮤니티를 도모한다면 밈 코인은 사회 운동과 변혁에 꽤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가 만든 밈 코인이 실제 캠페인에 쓰이고 지지자들 사이에 유대를 강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바람직한 효용을 가장 잘 구현하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외현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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