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메시의 성수 받은 야말…세기의 재능으로 거듭났다

장한서 2024. 7. 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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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7∙마이애미)는 지난 2007년 9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시절 유니세프의 자선 행사에 참여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 달력에 실릴 사진을 찍는 이벤트였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그해 태어난 한 아기를 정성껏 목욕을 시켰고, 이는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았다. 이 아기의 이름은 라민 야말(16). 야말은 17년이 지나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신성’이자, 바르셀로나의 미래로 떠오른 스타가 됐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메시와 모든 최연소 기록을 쓰고 있는 야말, 두 천재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메시의 축복을 받은 야말의 성장 가도가 예사롭지 않다. 야말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우면서 ‘거함’ 프랑스를 무너뜨리고 스페인을 12년 만의 유로 결승으로 이끌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10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준결승에서 야말의 동점골과 다니 올모의 결승골을 앞세워 프랑스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선착했다. 1964년, 2008년, 2012년 유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은 4번째 트로피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놨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잉글랜드 준결승전 승자와 15일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서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6전 전승을 달려 무적함대 면모를 자랑하고 있는 스페인은 우승컵을 들 경우 독일(3회)을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오른다.

스페인(8위)의 라민 야말이 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준결승전 프랑스(2위)와 경기 전반 21분 동점 골을 넣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막내’ 야말이었다. 전반 9분 프랑스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자 야말은 전반 21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골도 작품이었다. 페널티박스 앞에서 공을 받은 야말은 재빨리 왼쪽으로 짧게 드리블해 공간을 만들었고, 번개 같은 중거리 슛을 때렸다. 그림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그대로 골대 왼쪽 상대에 꽂혔다. 통계전문매체 풋몹에 따르면 야말의 골은 득점 기댓값이 0.03에 불과했을 정도로 성공하기 어려웠다.

이 골로 야말(16세 362일)은 유로 역대 최연소 득점자로 족적을 남겼다. 종전 기록은 유로 2004에서 18세 141일 만에 골을 넣은 스위스의 요한 볼란테다. 야말은 월드컵까지 범위를 넓혀도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의 17세 239일을 훌쩍 뛰어넘어 메이저 대회 최연소 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야말의 동점골로 기세가 오른 스페인은 4분 뒤 올모가 역전골을 넣으면서 2-1로 승리했다. 야말은 이날 유로 데뷔골을 포함해 패스 성공률이 79%(29회 중 23회)에 달했고, 기회 창출도 2회를 기록했다. 야말은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됐다. 그는 이번 대회 6경기에 모두 출전,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사진=AFP연합뉴스
모로코 출신의 아버지와 적도기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야말은 바르셀로나에서 빈곤한 마을로 꼽히는 로카폰다에서 자랐다. 야말은 7살 때 동네 콘크리트 바닥에서 축구를 하다가 바르셀로나 직원에게 스카우트됐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15세에 바르셀로나 1군 무대를 밟으면서 구단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웠다. 야말은 지난해 9월 열린 유로 2024 예선에서 조지아를 상대로 교체 출전해 데뷔골을 터뜨리면서 당시 16세 57일의 나이로 스페인 대표팀 최연소 출전, 최연소 득점 기록도 썼다.

야말은 “이 대회 최고의 골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승 진출이 나에게 특별하기에, 특별한 골로 남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내가 ‘아이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런 건 경기장에서 전혀 도움 안 된다. 그저 팀을 도울 뿐”이라며 성숙한 모습도 내비쳤다.

한편 남미 최강자를 가리는 2024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선 메시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나다와 대회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11일 예정된 콜롬비아-우루과이 준결승전 승자와 15일 결승전을 갖는다. 대회 2연패이자 통산 16번째 우승을 정조준한다. 메시는 후반 6분 팀의 추가골을 넣어 대회 첫 득점을 기록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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