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명령에 표적 '산산조각'…SM-2로 北 미사일 막았다[림팩 2024]

박응진 기자 2024. 7.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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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순항미사일 위협 맞서 대공·대유도탄 실제 교전능력 입증
차기 구축함은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SM-6 탑재 추진

(호놀룰루=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DDG·7600톤급)이 SM-2 함대공유도탄 실사격에 성공했다. 우리 함정을 격침하려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위협에 맞서, 해군의 함대공유도탄 실제 교전능력이 입증된 것이다.

9일(현지시각) 해군에 따르면 이번 실사격 훈련은 미국 해군 주도의 환태평양훈련 '2024 림팩'(RIMPAC·Rim of Pacific)의 일환으로 이날 오전 하와이의 태평양미사일사격훈련장(PMRF)에서 실시됐다.

PMRF는 무기체계 연구개발과 시험 평가를 지원하는 부대로, 우리 해군은 2004 림팩에서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DDH-Ⅱ·4400톤급)의 SM-2 실사격 훈련에 처음 성공한 이래 매번 림팩 때 SM-2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해상에 전개해 있는 율곡이이함을 향해 접근하는 적 유도탄을 모사한 대공무인표적기를 SM-2로 대응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김봉진 율곡이이함장(대령)의 발사 명령과 함께 이지스 레이더(SPY-1D)로 탐지·추적되던 표적을 향해 율곡이이함 함수에 위치한 수직발사대에서 SM-2 1발이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됐다.

이내 SM-2는 대공무인표적기를 공중에서 정확히 타격하며 산산조각 냈다. 이번에 율곡이이함 함미엔 미사일 비행정보 분석기가 설치됐다. SM-2의 명중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SM-2 실사격을 통해 적 항공기·유도탄 대응 상황 발생 시 표적탐지·교전절차를 숙달하고, 전투체계와 유도탄 운용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율곡이이함은 하와이 진주만 히캄 기지에 정박 중이던 지난 5일 함정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지휘통제실(CCC)에서 진행된 SM-2 실사격 팀워크 훈련을 한국 취재진에 공개했다.

이 훈련은 북한이 율곡이이함을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징후가 포착되는 가상의 상황을 상정해 시작됐다. 율곡이이함에 대공황색경보와 총원 전투배치 명령이 떨어지자, 승조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대공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어 설정된 대공적색경보에 따라 탐지거리 1000㎞ 이상인 스파이 레이더의 집중탐색이 이뤄졌고, 탐지된 표적의 고도·침로·속력 등 정보상황과 전자파 정보를 바탕으로 이 표적이 북한의 순항미사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4 환태평양훈련(림팩)에 참가 중인 우리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이 9일 오전(현지시각)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대공무인표적기를 향해 SM-2 함대공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해군 제공)

율곡이이함은 거리대별 대응수단인 SM-2, 램 단거리함대공유도탄, 골키퍼 근접무기방어체계 운용을 준비, 우선 원거리 요격을 위해 발사한 SM-2 1발로 북한 순항미사일을 격추했다.

김 함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우리 해군의 대공·대유도탄 실제 교전능력을 검증하고 유도탄 운용능력을 향상했다"라면서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수 있도록 전투준비태세를 확고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개발한 SM-2는 지난 1978년 미 해군이 첫 실전배치한 이래로 여러 차례 개량을 거듭해 왔으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일본·호주 등 10여 개국이 호위함·구축함 등의 대공무기로 운용 중이다.

해군은 2004년 충무공이순신함을 시작으로 'SM-2MR 블록ⅢA' 및 '블록ⅢB' 모델을 도입·운용 중이다. SM-2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과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수십 발씩 실려있는 주력 대공무기체계다.

2단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탑재한 SM-2는 길이 약 4.7m에 무게는 약 700㎏, 사거리는 최대 167㎞ 수준이다. 가격은 1발당 18억 원 정도다. 비행속도는 마하 3.5(초속 1.19㎞)다.

2024 환태평양훈련(림팩)에 참가 중인 우리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이 9일 오전(현지시각)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대공무인표적기를 향해 SM-2 함대공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해군 제공)

지난해엔 국방과학연구소(ADD) 삼척해양연구센터 해상시험장이 전력화되고, 해상 유도무기 과학적 실사분석체계가 구축돼 국내에서도 SM-2 실사격 훈련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 삼척센터에서 진행된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강감찬함의 국내 첫 SM-2 실사격을 성공했다.

다만 SM-2의 경우 애초 대(對)항공기 요격 용도로 개발됐기 때문에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아닌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SM-2 실사격 훈련 중 불발·미명중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조대왕함 등 차기 구축함(KDX-Ⅲ 배치(유형)-2)엔 항공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요격 기능도 갖춘 장거리 함대공유도탄 SM-6를 탑재하기로 해 SM-2의 추가 도입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도 지난해 11월 6억 5000만 달러(약 8500억 원) 규모의 SM-6와 관련 장비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공급하는 방안을 잠정 승인했다. SM-6는 미국과 일본이 운용 중이며, 호주도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

SM-6는 길이 약 6.5m, 무게 1500㎏에 사거리는 최고 400㎞ 이상이며, 자체 레이더를 이용해 목표물을 직접 추적하는 능동형 유도체계를 갖추고 있다. 1발당 가격은 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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