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쓴소리 “축구팬들 실망시킨 축구협회, 믿었지만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클롭급 감독 온다” 발언은 사과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것을 문제 삼은게 아니라 반복되는 대한축구협회의 아마추어 행정 수준을 꼬집었다.
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은 지난 9일 JTBC에 출연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축구팬들을 실망시킨 부분”이라며 “또 한 가지는 지금까지 협회가 행정적인 실수를 여러 번했는데, (이전까지는)‘누구든지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믿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협회는 지난 7일 약 5개월 공석이던 대표팀 사령탑에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5개월가량 정식 사령탑 없이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사이 100명 안팎의 외국인과 국내파 후보를 검토하고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비판 여론이 뜨겁다. 전력강화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던 박주호 TVN 해설위원이 “내부적으로 홍명보 감독님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안에 있으면서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외국인 감독 후보들의 상황이나 전술을 잘 모르는 위원들이 많다” 등의 폭로가 터지며 여론은 더 부정적이다. 울산 서포터스 등 축구팬들은 시즌이 한창이 K리그에서 우승을 경쟁하는 감독을 빼오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
이 위원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의 단독 결정 등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최종 후보 셋은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외국인 감독과 홍명보 감독님이었다. 원래 절차라면 이들과 면담하고 전력강화위가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 그(렇게 하지 않은) 과정을 설명하며 보안 문제를 언급했는데 지난 5개월간 전력강화위원회를 운영하며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는게 행정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전력강화위가 애초에 국내 감독을 뽑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다. 내가 마지막에 확인한 4월 중하순께 상댕히 적극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찾고 뽑으려는 노력을 봤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확인한 이 위원은 지난 5월 중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 축구대표팀 감독은 위르겐 클롭(전 리버풀 감독) 수준의 파격적인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해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선임된 시점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와 관련해 “그 부분에는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이 위원은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지만 2002년에 좋은 외국인 감독 한 명이 팀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좋은 외국인 감독이 오길 기대했다”고 밝히며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우리 ‘황금세대’에 좋은 외국인 감독을 모시면 2026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엄청 기대했다. 실제로 제가 감독 후보군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랄 만한 후보들과 컨택한다고 들어 기대가 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를)믿어보자’고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팬들이 만족할 만한 (외국인)감독을 모셔오지 못했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축구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재차 밝혔다.
수준급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에 클린스만 감독 위약금 등으로 인해 축구협회의 예산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나도 처음에는 외국인 감독이 모셔오는데 돈이 문제라고 들었지만 그건 아니다. 현재 축구협회가 중계권 등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새로운 계약도 하는 만큼 자금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축구인이든,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함께 지헤를 모아 큰 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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