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이말꼭’, 좋은 이야기꾼의 힘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똑같은 이야기를 해줘도 어떤 이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어떤 이는 흥미진진하여 청자가 단 한 순간도 다른 데 정신을 팔지 못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똑같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영화를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그저 그런 작품으로 여겨지게끔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길고 긴 프로그램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대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파일럿을 거쳐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방영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응집시킨 원동력을 꼽는다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특출난 ‘이야기꾼’들의 존재였으니까.
시즌2까지 함께 했던 장항준 감독을 비롯하여 방송인 장성규와 장도연, 시즌3에 합류한 배우 장현성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일명 ‘장트리오’라 불리는 이들은 이야기꾼, 즉 화자가 되어 매회 주어진 이야기, 공통의 화제를 그날 초대된 출연자에게 마치 친한 친구와 대화하듯 전달했는데 맛깔나게 풀어내는 건 물론이고 저마다 지닌 특유의 방식이 고스란히 버무려져 나오다 보니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감독다운 감각으로 접한 이야기를 본연의 영민함과 익살스러움을 가득 담아 풀어내 주었던 장항준, 아나운서 출신답게 정확한 딕션으로 이야기 흐름의 강약을 정확히 짚어주며 듣는 즐거움을 더하게 하는 장성규,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진정성과 예의를 잊지 않아 절로 신뢰가 돋아나게 만드는 장도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배우로서 이야기를 오롯이 전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장현성.
가지각색의 매력을 지닌 이야기꾼이 전달하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해도 눈과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했으니, 그야말로 ‘꼬꼬무’의 놀라운 성취는 이야기꾼의 역량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얼마 전, ‘꼬꼬무’와 동일한 선상에 놓인 프로그램 하나가 새로이 나타났다. 4부작인 것을 보면 파일럿으로 예상되는,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이하 ‘이말꼭’)다.
‘알려진 실제 사건 속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이말꼭’은 가수 김창완을 라디오 DJ 느낌의 이야기꾼으로 등장시킨다. 신청자, 어떤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던 누군가가 보낸 사연을 바탕으로, 김창완은 게스트로 나온 출연자와 함께 라디오드라마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프로그램의 말미에선 김창완이 사연에 걸맞은 노래를 직접 선곡하여 틀어주기도 한다.
‘이말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이야기꾼으로서 김창완의 존재다. 대중이 그를 향해 품고 있는 정서는, 그가 출간한 에세이집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와 연결되는 것으로, 치열한 현실 감각마저 뚫고 나오는 그만의 따뜻한 힘과 위로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든지 김창완의 입을 거친다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짙은 신뢰와 매력이 형성되는 까닭에, 타이틀마저 그의 노래에서 따왔겠다.
오히려 문제가 야기된다면 전달되는 이야기 자체에서라고 할까. 예를 들어 첫 회에 친모를 살해한 사람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살인은 지탄받아야 마땅할 범죄인데 미화되는 쪽으로 기운 느낌이 보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살짝 거스르는 점이 없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정도 용인될 만했던 건 이미 대중 사이에 신뢰를 확보한 이야기꾼이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리라.
‘꼬꼬무’나 ‘이말꼭’과 같은 스토리텔링 형식을 갖춘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좋은 이야기꾼을 세우는 것만큼 영민한 전략이 없다. ‘꼬꼬무’의 성과가 이미 증명했다. 그리고 여기서 좋은 이야기꾼이란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말재간을 갖춘 이들로서, 이러한 면에서 ‘이말꼭’은 이야기할 거리만, 검증된 것으로 충분히 확보해 놓는다면 승산이 있지 않나 추측해 보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공식SNS,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김창완 | 꼬꼬무 | 이말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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