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보끊긴 3&D, 공수겸장 유기상이 잇는다

김종수 2024. 7. 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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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이 매우 높은 슈터다' 최근 유기상(23‧188cm)을 향한 많은 이들의 평가다. 3점슛의 시대로 불리는 현대 농구에서도 슈터는 흔한 자원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주전급 혹은 핵심 로테이션급 슈터는 여전히 귀하다고 할 수 있겠다. 빅맨도 외곽슛을 던지는 추세에서 3점슛을 잘 던진다고 무조건 즉시전력감 슈터는 아니다. 꾸준하고 정확해야 된다.


외려 많은 선수들이 외곽슛을 장착했기에 거기에서 군계일학으로 돋보여야 될 필요가 있다. 포지션별로 역할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던 예전같은 경우 3점슛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옵션으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냥 당연한 것이 됐다. 그만큼 깐깐해졌다. 볼륨과 효율을 모두 잡을 수 있어야 슈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외곽슛에 대한 수비도 한층 발전했다. 과거에는 활동량이 높지않아도 오픈찬스만 잘 살려줄 수 있다면 주전급 슈터로 높은 평가를 받는게 가능했다. 실제로 발이나 슛 타이밍이 빠르지않은 슈터도 적지않게 존재했다. 슈팅력만 안정적이면 어느 정도 통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3점슛이 대세가 된 흐름을 반영하듯 외곽수비를 하는 기술도, 전략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아무리 정확한 슈팅력을 가지고있다해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수비수 한명 정도는 어렵지않게 제쳐야하며 더블팀이나 스크린에 대처하는 감각이나 테크닉은 필수다. 어느 정도 슛이 있다하는 선수에게는 강한 압박이 들어오는지라 이를 떨칠 능력이 없으면 슛기회 한번 잡기 쉽지않다.


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보다 더 많이 뛰어다니고 다양한 타이밍에서 슛을 쏘면서도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슛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눈에 띄는 슈터가 나오기 어려워진 이유다. 세계 최고 3점슛 마스터로 불리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의 경우 손끝 감각도 미친 수준이지만 보는 사람들도 지칠 정도로 경기내내 엄청나게 뛰어다니기로 유명하다.


현재 KBL에서는 전성현(33‧188.6cm) 정도가 슈터하면 떠오르는 이름이며 유망주로는 몇시즌째 이근휘(26‧187cm)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슛에 비해 수비를 떨구는 능력 등에서 아쉬움이 지적되고있으며 무엇보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으로 인해 주전급으로의 도약에 실패하고 있다. 만약 프로농구 초창기에 이근휘가 뛰었다면 진작에 주전 한자리를 꿰찼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슈터 유망주는 단연 유기상이다. 문정현(23‧194cm)과 박무빈(24‧184.4cm)에 이어 3순위로 지명받았으나 현재까지의 활약상에서는 가장 앞서가고 있다. 순수하게 기량 자체에서는 누가 낫다고 평가하기 힘들만큼 다들 자신만의 일장일단이 확실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플레이 스타일적인 면에서 유기상이 유리한 부분이 많다. 문정현, 박무빈같은 경우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 위주로 볼소유를 많이 가져가면서 플레이할 때 더더욱 흥이 나는 유형이다. 반면 유기상은 특성상 어떤 조합, 어떤 멤버와도 조화가 잘된다.


구태여 호흡을 맞추려 힘겹게 노력하지않아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3&D 플레이어가 가진 최대 장점이다. 유기상은 첫 무대였던 올시즌을 훌륭하게 마쳤다. 무엇보다 대학 시절 보여줬던 슈터로서의 재능이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를 더 기대케하고 있다.


역대 신인 한시즌 3점슛 개수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최종적으로 95개의 3점슛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3점슛 성공률 또한 42.4%(1위)로 휼륭했다. 그 결과 총 111표 중 86표(77.5%)를 받아 25표에 그친 대학 시절 라이벌 박무빈을 제치고 신인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유기상의 존재감은 국제무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얼마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서 있었던 2024 소프트뱅크컵 평가전에서 자신의 역할을 십분 발휘했다. 오픈찬스가 나자 거리에 상관없이 딥쓰리를 꽂아넣었고 속공 상황에서도 달려나가다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멈춰서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좋은 슈터의 기준중 하나는 자신감이다. 어차피 슈팅을 주무기로하는 선수들은 서로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슛에 관해서는 매서운 감각을 지니고 있다. 다만 슛 찬스를 만들고 받아먹는 능력, 끊임없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자신의 호흡으로 꾸준하게 리듬을 가져갈 수 있느냐 등이 성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거기에 하나 더 자신에게 찬스가 왔을때 망설이지않고 과감하게 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잠깐 주춤하거나 머뭇거리는 플레이 하나로 수비에 막히거나 자신의 리듬대로 슛을 쏘지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기상은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스크린을 타고돌아가 빠른 타이밍에 외곽슛을 던졌고 상대수비의 적극적인 컨테스트에도 흔들리지않았다.


빅맨인 일본 귀화선수 조쉬 호킨스 위로 3점슛을 던져 성공시키기도 했다. 상대의 수비가 자신의 외곽슛에 집중되자 페이크 이후 돌파로 허를 찔렀다. 유기상의 진정한 가치는 수비에서도 제몫을 해준다는데 있다. 이날 또한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공격뿐 아니라 수비시에도 발휘했다. 블록슛을 성공시킨후 롱패스를 통해 이원석의 오픈 덩크슛을 만들어낸 장면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였다.


주전급 슈터도 귀하지만 준수한 수비력을 겸비한 3&D 플레이어는 어느 리그나 드물다. KBL만 돌아봐도 수비까지 잘했던 슈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 이름값좀 있던 슈터는 수비에서 아쉬움을 지적받고는 했다. 현재는 계보가 끊긴 상태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공수겸장 유기상의 활약은 가뭄속 단비와도 같은 반가움을 안겨주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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