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법 생기면 '살인 청탁' 받을 수도"…깨진 '라포', 필수과 의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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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중단하는 내용의 전공의 복귀 대책을 추가 발표했지만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바이털) 복귀는 요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신을 의료사고 피해자의 가족이라 밝힌 한 청중은 마이크를 들고 "특례법에 (환자) 사망이 포함되면 잘못하면 청탁하게 될 수 있다"며 "응급의학과 선생님이든 중증 환자 보는 필수의료진들이 살인 사건 청탁을 맡을 수도 있지 않나"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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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중단하는 내용의 전공의 복귀 대책을 추가 발표했지만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바이털) 복귀는 요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낮은 보상과 고강도 업무,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과 함께 최근에는 소위 '의사 악마화'로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응급의학과의 붕괴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필수 의사'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준 청중의 발언이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가 발제를 맡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고은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정책실장, 정혜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날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자신을 의료사고 피해자의 가족이라 밝힌 한 청중은 마이크를 들고 "특례법에 (환자) 사망이 포함되면 잘못하면 청탁하게 될 수 있다"며 "응급의학과 선생님이든 중증 환자 보는 필수의료진들이 살인 사건 청탁을 맡을 수도 있지 않나"고 따졌다. 그는 "지금은 그런 경우가 없겠지만 (특례법이 생기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보험사기도 많고, (의사들) 절실한 것만 생각하고 일반적인 사회에 악용하는 것에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토론을 주최한 이주영 의원은 이에 대해 답변하며 "지금 약간 놀랐다"며 "이것(특례법)이 환자를 해칠 수 있는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20년 이상 의료계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10년간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로 일했던 이 의원은 "저는 이런 법적 처벌 때문에 결국 그만둔 사람"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끼리는 '소송 안 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 테니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달라'는 농담을 한다"며 "누군가 해쳐달라는 청탁보다 어쩌면 '나는 절대 고소하지 않고 실패해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 주라'는 청탁이 생길지 모른다'는 슬픈 상상을 해본다"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5개월간 지속되는 의정 갈등이 의사·환자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일각에서는 깨져버린 '라포'(친밀감)로 향후 치료 결과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해당 발언이 알려진 후 의사 커뮤니티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모든 의사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 "이런 취급 하면서 응급실에 퍽이나 돌아가겠다", "못 믿는 의사에게 치료는 왜 받는지"라며 의사들의 자조와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토론회 질의응답을 요약한 영상에는 '의사 악마화가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습니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을 공개하고 이틀 뒤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5월부터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회의를 통해 '의료분쟁조정법',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관련 법률 제·개정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필수 의료 등 의료인 진료에 대한 민·형사상 부담 완화와 의료사고 분쟁 조정 제도 개선 등을 폭넓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환자 권익 보호와 의료인의 과도한 사법 리스크 완화 양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며 "소송에 의존하며 환자·의료인 모두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과 필수 의료 기피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신속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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