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부 최대 100조 투입 계획…앞으로 해상풍력이 유망해진다고요?
2030년 14.3GW 목표…법·제도 뒷받침이 관건
A.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정부가 발표하고 계획한 대로면 향후 5~6년 사이 최대 100조원의 자금이 해상풍력 분야에 투입됩니다. 같은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은 윤석열 정부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해상풍력은 전망이 밝아 보입니다.
지난해 초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40GW(기가와트) 확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인 14.3GW가 해상풍력입니다. 그런데 현재 상업 가동 중인 해상풍력은 123.5㎿(메가와트)뿐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만든 전북 서남권 시범단지(60㎿)와 전남 영광(34.5㎿), 제주 탐라(30㎿) 3개 단지가 전부입니다. 반면에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허가한 해상풍력은 83개 단지(27GW)에달합니다.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정부 목표치 2배에 가까운 용량이 사업 절차에 들어간 것이죠. 물론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도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 등 여러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해상풍력은 통상 1GW에 200기의 발전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건설비는 1GW에 5조~7조원이 들어가니, 14.3GW엔 70조~100조원이 필요합니다. 정부 목표대로면 향후 5~6년 사이 국내 해상풍력 분야에 100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죠. 이미 허가가 난 것들까지 따지면 더 많은 자금이 몰릴 겁니다.
이런 흐름은 세계적이기도 합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이 2022년 63GW에서 2032년 477GW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7배로 성장하는 것이죠. 육상풍력이 신규 설치 규모가 주는 것과도 다릅니다. 하루 절반만 발전하는 태양광에 견줘 안정적이고, 육상보다 바람 자원이 풍부한데다 대규모 개발이 쉽고, 주변 환경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등 해상풍력의 장점이 부각된 덕분이죠.
해상풍력은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고 합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계산으로 1㎿ 설치 추가 때 해상풍력의 고용 예상 인원은 23.8명으로, 태양광(20.4명), 석탄(16.7명), 원전(13.7명), 육상풍력(8.2명), 가스(2.4명)보다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엔 발전기인 ‘터빈’과 몸체 ‘타워’, 바다에 띄울 ‘하부 구조물’ 등 해상풍력 주요 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터빈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타워는 씨에스윈드, 하부 구조물은 에스케이(SK)오션플랜트와 세아윈드, 바다에서 발전기를 설치할 설치선박은 한화오션과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등이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 분야에선 세계 5위 안에 드는 엘에스(LS)전선도 있죠. 풍력발전 주요 기자재들은 워낙 덩치가 커서 제작뿐 아니라 실어나르는 것도 문제인데, 중국이나 한국 외에 이런 선박과 부두를 제공할 국가도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연 조건도 좋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폄하하는 이들이 ‘한국의 바람이 영국보다 못하다’(한국원자력학회)는 주장을 하지만, 한국의 바람은 해상풍력이 가능한 합격선 안에 있습니다. 해상풍력의 최소 적정풍속은 초속 7m인데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자원지도 분석을 보면 한국 연근해 해발 120m 상공에선 대부분 풍속이 초속 7m를 넘습니다.
세계적인 해상풍력 회사들도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풍력터빈 제조사인 덴마크 베스타스는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으로 옮겼습니다. 풍력터빈 핵심 부품과 기자재를 한국에서 제조한다는 계획이죠. 또 다른 덴마크 기업이자 세계적 해상풍력 회사인 오스테드는 인천에서 70㎞ 떨어진 서해에 1.6GW 규모 국내 최대 해상풍력 발전 사업권을 지난해 11월 얻었습니다. 2030년까지 8조원을 들여 발전단지를 건설할 계획인데, 가동되면 수도권 100만 가구가 쓸 양의 전력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들뿐 아니라 영국 비피(BP), 프랑스 토탈 등도 전남과 울산 등지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산업 인프라나 자연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한국에서 그간 해상풍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관련 법·제도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입지 발굴, 인허가, 전력계통 연계 같은 일들을 사업자가 직접 알아서 해야 하는데, 29가지 법률에 따른 각종 인허가를 최대 10개 부처와 지방정부로부터 받아내야 합니다. 이 기간만 평균 6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21대 국회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 주도로 관련 입지를 확보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해상풍력특별법’을 추진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오는 11일 한국풍력산업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청회를 시작으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해상풍력이 정말 유망한 분야가 되고,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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