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마다 1대 도난" 차량 절도 비상…'국가적 위기' 선언한 나라
팬데믹 이후 차량 가격 급등…"범죄조직 주요 수익원"
낙후한 세관 시스템·기술, 인력 부족 등 원인으로 꼽혀
작년 보험금만 1.5조원…보험당국 "국가적 위기" 선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캐나다 온타리오주 밀턴에 거주하는 로건 라프레니어는 2022년 10월 새로 뽑은 픽업트럭 램 레블(Ram Rebel)을 자택 차고에서 도난당했다. 몇 달 뒤 그는 도난당한 차량이 바다 건너 8500km 떨어진 가나의 자동차 판매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라프레니어는 “아들을 위해 운전석 뒤에 설치한 노트북 홀더가 확실한 증거”라며 “그 안에 아들이 버린 쓰레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자동차 도난이 급증했다. 2022년엔 5분에 한 대 꼴로 차량이 도난당했다. 심지어 연방정부 법무장관도 두 차례나 피해를 입었다. 캐나다 보험 당국은 “국가적 위기”라고 선언했다.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캐나다가 전 세계 차량 절도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캐나다에서 도난당한 차량은 전년대비 27% 증가한 총 10만 5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13년 만에 최대 규모로, 5분마다 한 대의 차량이 도난당한 꼴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인터폴은 지난 5월 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37개국 가운데 차량 절도가 가장 심한 10개국에 캐나다를 추가했다. 인터폴은 올해 2월 이후 캐나다에서 도난당한 차량이 전 세계적으로 1500대 이상 발견됐다면서, 매주 약 200대 정도가 다른 나라의 항구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폴은 “최근 몇 년 동안 캐나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와 같은 인기 있는 고가 모델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주요 공급국으로 떠올랐다”며 “많은 차량이 중동과 서아프리카로 운송돼 거래되거나 재판매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차량 절도 증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팬데믹 기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출고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자동차 가격이 상승했고, 자동차 도난은 범죄조직의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유독 캐나다에서 급증한 이유는 항구 운영 방식이 이러한 범죄 대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자동차 협회의 엘리엇 실버스타인 이사는 “캐나다의 항구 운영 시스템은 수출보다 수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차량이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으면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4월 캐나다 항만 노동조합이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국경서비스 기관(CBSA)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의 항구 및 국경에서 일하는 담당관들의 업무가 과중해 모든 수출입 컨테이너를 검사하지 못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캐나다 세관 및 경찰 당국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몬트리올항에서 400개의 컨테이너를 검사한 결과 600대의 도난 차량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토론토 경찰청이 11개월 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6000만캐나다달러(약 610억원) 상당 1080만대의 도난 차량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BBC는 “이런 유형의 검사는 몬트리올항을 통과하는 상품의 양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작년에만 약 170만개의 컨테이너가 몬트리올항을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낙후한 기술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온타리오주 브램턴시의 패트릭 브라운 시장은 최근 미국 뉴저지주를 방문해 양국의 세관 시스템을 비교한 뒤 “미국에는 (컨테이너 등의) 밀도를 측정하는 스캐너가 있다. 또한 그들은 지역 법 집행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한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량 절도에 따른 보험금도 급증했다. 캐나다 보험국(IBC)은 지난해 보험사들이 15억 캐나다달러(약 1조 5252억원) 이상을 지급했다면서 “국가적 위기”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경찰 당국은 관할 구역별로 주민들에게 도난 방지 방법을 공고하고 있다.
자동차 도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볼라드 설치 사업도 등장했다. 캐나다에선 은행이나 대사관과 같은 중요 기관에만 볼라드를 설치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은 차량에 추적 장치를 설치하고 민간 보안요원까지 고용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 사법통계국의 알렉시스 피케로 국장은 “캐나다의 자동차 도난이 만연한 것은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인구가 적은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라며 “캐나다는 미국만큼 항구 도시가 많지도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10만명 당 자동차 도난 비율은 262.5건으로 영국·웨일스(220건)를 넘어섰다. 다만 미국(300건)보다는 적다.
인터폴의 위르겐 스톡 사무총장은 “때때로 간과되고 있는데, 자동차 도난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도난된 차량은 국제 범죄에서 화폐와 같다. 마약거래부터 인신매매, 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 활동을 부추기는 데 쓰인다”고 우려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러다 다 죽어" 최저임금 1만1200원?…소기업 10만개 폐업
- "사과만 꼭 받고 싶습니다"...가방 속 숨은 칼날에 응급실 간 초등생
- 집에서 '미성년자 음란물' 시청한 청년 담당 공무원 불구속 송치
- “알바비 600만원 후배에게”…대장암으로 세상 뜬 대구대 학생[따전소]
- “급발진” 주장한 20년 경력 택시기사 ‘페달 블박’ 보니...‘반전’
- ‘옛 연인 협박’ 아역 출신 승마선수, 3억원대 사기로 실형
- "차 빼세요" 무료 공영주차장, 장기 방치차량 '강제 견인'
- ‘마약 혐의’ 오재원 연루자 29명, 송치…9명은 두산베어스 소속
- "배달 못 하겠어"...'실종' 40대 여성 차량 발견 당시 상황
- 최동석 "어느 날 가족들 사라져…박지윤과 이혼, 기사 보고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