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간첩단' 조작 연루 20대 청년, 팔순 노인 되어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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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교수와 집권당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1960년대 용공조작 대표 사건.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누명을 썼던 김신근(82)씨가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중앙정보부가 강압 수사로 자백을 받아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박 교수와 김 전 의원 유족이 신청한 재심 끝에 2015년 이들의 무죄는 대법원에서 사후(死後)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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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근, 대법원서 재심 무죄 확정
해외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교수와 집권당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1960년대 용공조작 대표 사건.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누명을 썼던 김신근(82)씨가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억울한 징역을 살았던 20대 청년은 54년이 지나 80대 노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김씨는 1966년 영국 유학 도중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1960년대 서유럽 국가에 유학하며 동독 동베를린을 방문한 적 있는 한국인 학자와 유학생 등 20여 명을 간첩으로 몰아 기소했는데, 이게 바로 유럽 간첩단 사건이다.
당시 김씨는 박노수(1933~1972) 교수에게 포섭됐다는 의심을 받았다. 박 교수는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학자였다. 이 사건엔 영국 유학생 출신인 김규남(1929~1972) 민주공화당 의원(나중에 제명)도 연루됐다. 박 교수와 김 전 의원은 사형 선고를 받고 1972년 7월 형을 집행받았다. 김씨도 1970년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형을 확정받았다.
사건의 진실은 2006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중앙정보부가 강압 수사로 자백을 받아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박 교수와 김 전 의원 유족이 신청한 재심 끝에 2015년 이들의 무죄는 대법원에서 사후(死後) 확정됐다.
김씨도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정 수사관들에게 불법으로 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관들의 고문과 협박으로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유죄 판단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김씨가 영국에서 동베를린을 오가며 이적 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동·서독 사이 왕래가 가능했던 시대적 배경을 종합하면, 김씨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탈출이나 회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진술의 임의성, 증거능력,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원심이 판결한 대로 확정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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