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탈출' 김태곤 감독, '이선균 유작' 공개 앞둔 진심(종합)

조지영 2024. 7. 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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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태곤(44) 감독이 우여곡절을 겪은 올해 최대 규모의 블록버스터 '탈출'을 향한 기대감과 걱정을 동시에 털어놨다.

재난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이하 '탈출', 블라드스튜디오 제작)를 연출한 김태곤 감독. 그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탈출'의 연출 계기부터 고(故)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과 호흡을 맞춘 소회를 전했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상의 공간이 악몽의 현장으로, 친근한 존재가 위협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펼쳐지는 극한의 연쇄 재난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다룬 '탈출'은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을 받아 전 세계 공개,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인 올해 여름 극장 텐트폴 첫 번째 영화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지난 2016년 개봉해 210만명을 동원한 '굿바이 싱글' 이후 '탈출'을 통해 두 번째 상업영화에 도전한 김태곤 감독은 "전작이 '굿바이 싱글'이었는데 코미디 장르라는 안전한 선택이 주어지기도 했다.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것도 있었다. 연출자로서 각본가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 실제로 상업영화에 도전하기 전 독립영화에서 다양한 소재나 장르를 도전했다. '굿바이 싱글' 이후 코미디 각본도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다른 장르의 재난 액션 스릴러 등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며 "'탈출'은 내가 심적으로 힘들 때 만든 작품이다. 그 당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 여행을 했다. 20일 정도 걸렸는데 아무래도 국도로 걷다 보니 들개들이 있지 않나? 저녁에 들개에 쫓긴 기억도 있었다. 체감상 20마리가 있었는데 그 개들에 쫓긴 경험이 강렬하게 남았다. 이런걸 소재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이 개들도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이 지경이 됐을까 싶었고 이걸 '탈출'에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 촬영에 대해서 "'굿바이 싱글' 때도 개가 나오고 아이가 나온 영화다. 노하우가 있어서 '탈출' 때는 처음 군사용 실험견도 실제 개를 데리고 촬영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도저히 촬영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군사용 실험견은 다 CG로 구현하고 그래도 관계성을 표현하고 싶어 조디를 실제 개로 촬영했다. 조디가 너무 똑똑했다. 조디는 믹스견인데 조박(주지훈) 캐릭터와도 잘 맞았다. 안개 가득한 험악한 현장이었는데 조디 덕분에 위안됐던 부분이 있었다"고 웃었다.

'탈출'은 순제작비 185억원(손익분기점 400만명)이 투입된 올해 가장 큰 규모의 블록버스터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할 김태곤 감독은 "흥행 스코어는 정말 모르겠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감독으로서 많은 분이 '탈출'을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 스코어는 아무도 모른다. 원래 항상 계속 매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사이트를 보면서 스코어를 확인했는데 그러니 정말 정신이 나갈 것 같더라. '탈출'의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관객의 평가를 겸허히 기다리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탈출'은 고 이선균의 유작으로 관객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앞서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그해 12월 27일 사망했다. 이선균은 '탈출'에서 사상 최악의 재난 현장을 맞닥뜨린 후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점차 변해가는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낸바, 그의 마지막 열연을 볼 수 있는 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태곤 감독은 고 이선균에 대해 "이선균 형은 내가 감독 데뷔를 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배우였다. '굿바이 싱글' 당시 제작사가 선균이 형의 소속사였다. 그때 이정은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굿바이 싱글' 제작을 하면서 선균이 형과 자주 만났는데 인간에 대한 호감도가 생겼다. 기존에 재난 영화라고 하면 주로 해왔던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런데 선균이 형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뿐만 아니라 장르물도 많이 해왔더라. 그럼에도 재난물을 안 했더라. 처음 내가 선균이 형에게 제안했을 때는 '내가?'라며 놀라더라.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선균이 형이 처음 재난물임에도 중심을 잘 잡고 갔다. 선균이 형이 블록버스터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 부담됐음에도 너무 훌륭하게 잘 소화했다"고 평했다.

이어 "이선균이란 배우는 굉장히 까다로운 배우다. 어떤 의미냐면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영화는 대교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데 신은 물론 캐릭터의 동선이 다 달랐다.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선균이 형과 하나하나 다 논의하고 설명했다. 또 선균이 형이 내가 놓친 부족한 지점이 있을 때 아이디어를 내줬다. 이런 모든 것이 합의가 되면 촬영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촬영 중 위험한 장면도 있었는데 보통 배우들이 위험성이 감지가 되면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선균이 형은 그런 지점이 없었다. '너무 좋다' '빨리 촬영하자'고 하더라. 영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지점이 멋졌다"고 곱씹었다.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탈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모두가 너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에 '탈출' 시사회와 무대인사 반응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 영화를 본 반응이나 무대인사에서 관객의 반응이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런 관객의 반응을 보고 너무 조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선균이 형도 그걸 바랄 것 같았다. 우리는 이 영화를 많이 알리고 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게 선균이 형도 바라는 게 아닐까"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우리 영화는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감독으로서 나는 그저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칸영화제 상영 후 개봉까지 시간이 있었고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다. 완성도를 높여서 관객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만 그러한 타이틀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피하거나 혹은 과하게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이 작품을 오롯하게 지키는 것이 선균이 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계획했던 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외적인 부분이 결합돼 느껴지는 부분은 각자의 감정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사진=CJ ENM

'탈출'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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