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폭우 속 이웃 목숨 구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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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적 극한 호우가 퍼붓던 순간 이웃의 생명과 안위를 걱정하며 행동에 나선 이웃들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며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허미숙씨(64·경북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는 7일 늦은밤부터 무섭게 퍼붓는 빗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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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며 이웃 안전 살펴
국지적 극한 호우가 퍼붓던 순간 이웃의 생명과 안위를 걱정하며 행동에 나선 이웃들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며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허미숙씨(64·경북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는 7일 늦은밤부터 무섭게 퍼붓는 빗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을을 지나 흐르는 수로에서 범람을 알리는 경고음이 날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새벽 3시가 지나자 마을 이장이 차를 몰고 다니며 경적을 울리고 주민들과 일일이 통화하면서 마을 보건지소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남편을 깨운 허씨가 밖으로 나왔을 땐 수로가 넘치기 시작했다. 그는 번뜩 아랫집에 홀로 사는 김춘자 할머니(76)가 생각났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김 할머니 집으로 달려갔다. 전화벨 소리와 빗소리도 듣지 못한 채 곤하게 잠든 김 할머니를 다급하게 깨워 함께 보건지소로 대피했고, 이들이 대피한 지 1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집은 흙탕물과 토사가 덮쳤다. 이후 30여분이 지나자 대천리 주택 10여가구가 침수됐다.
김 할머니는 “아지매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 정말 감사하다”며 허씨를 바라보며 눈을 찡긋했다.
위기의 순간 할머니를 구한 허씨는 평소에도 남영양농협(조합장 박명술) 농가주부모임 임원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폭우 피해 극복을 위해 동네 주민들과 밤낮없이 애쓰고 있는 허씨는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의 무서움을 깨달았다”면서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볼 수 없다. 재해를 극복하는 것도 사람의 몫인 만큼 이웃들과 힘을 합쳐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큰 폭우에 대비해 동네 수로 제방을 더 튼튼히 보강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인 후 침수 주택 복구를 위해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임학리와 인접한 안동시 예안면 계곡리(앞시골)에서도 작은 영웅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노의환씨(64)는 새벽 4시쯤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빗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마당에 나와 보니 시뻘건 황토물이 마을을 휘도는 도랑에서 넘쳐 흘러 내렸다. 계곡리에서 차로 5분정도 거리 윗마을(찰앞시골) 이웃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바로 차를 몰고 찰앞시골 입구에 도착했다. 토사에 도로 일부 구간이 유실되면서 입구는 통제됐고, 119 대원들이 도착해 응급조치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찰앞시골 주민 중 한 가구 부부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노씨는 긴급히 전화했고, 부부의 윗집과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이후 고추밭에 나가 있던 부부를 급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노씨는 “극한 폭우에 농경지와 주택 등 피해가 크지만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며 “삶의 터전인 유실‧매몰된 농경지가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말했다. 그는 계곡리 전 이장이었고, 현재는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마을 이장들도 마을 순찰과 주민 긴급 대피 등으로 긴박했던 순간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폭우로 마을 전체 농경지 90%가 유실 매몰된 영양군 입암면 임학리 유명욱 이장과 마을순찰대원들은 급류에 고립된 마을 주민 16명을 일일이 업어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았다.
이들의 이타적인 행동은 소중한 목숨을 살렸고, 폐허로 변한 농경지와 마을을 복구하는 든든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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