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권율 "연기 칭찬? 배우에겐 훌륭한 레몬뽕"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7. 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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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최근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에는 '레몬뽕'이라는 신종 마약이 등장한다. 권율은 배우에게 돌아오는 연기 칭찬을 레몬뽕에 비유했다.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듣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지점에서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커넥션에서 가장 많은 연기 칭찬을 받은 배우가 있다면 권율일 것이다. 권율은 '작품이 좋은 덕'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는 모습은 연기 칭찬이 배우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커넥션'(연출 김문교·권다솜/극본 이현)은 50억 보험금을 남기고 숨진 한 고등학교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며 드러나는 친구들의 변질된 우정을 그린 범죄 수사 스릴러작품이다. 지난 6일 방송된 마지막화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4.2%를 기록하며 올해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1위에 자리에 올랐다.

'커넥션'의 메인 빌런이자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안현지청 검사 박태진 역을 맡은 권율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뜨거운 시청률에 "현장에서 뜨겁게 노력했던 것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한 권율은 악역에 고민이 있었음에도 '커넥션'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커넥션'을 받았을 때 고민이 되긴 했어요. 강렬한 악역을 보여드리는 것에 있어서 부담이나 두려움도 있는데 그런 것을 상쇄시켜 줄 만큼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이 많았어요. '커넥션'을 통해 악역은 증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떨쳐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캐릭터와 대본이 입체적이고 걱정을 떨쳐낼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이자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박태진은 원종수(김경남)의 비선실세이자 이너써클의 브레인 포지션을 맡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약 밀매를 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살인을 교사하고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권율은 박태진의 행위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큰 목표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친구의 행위에 '나쁘다', '나쁘지 않다'라고 구분하지는 않았어요. 박태진은 언제나 순간의 진심이 있지만,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그 진심을 쳐낼 수 있는 욕망에 가득 찬 인물이라고 봤어요. 여러 경우의 수를 깔아놓고 임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목적지까지 가는 급행열차를 선택하고 부작용은 스스로 커버할 능력과 머리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득이 된다면 도의적이거나 법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우수한 두뇌와 실행력을 가진 박태진은 이너써클이 아니었더라도 성공할 인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권율은 이러한 실행력과 더불어 친구들을 대하는 미묘한 차이를 통해 박태진을 입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태진의 행동에 오류가 있다고 접근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죠. 예를 들면 '어떻게 이렇게 최지연의 집을 넘나들까'라는 것들이요. 제가 구축한 포인트는 자신이 구축한 영역 안에서는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에요. 종수나 치현이 앞에서는 말이나 행동이 정제됐지만, 상의나 윤호 앞에서는 민낯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지점을 얼마나 개연성 있게 가야 하는지 고민해서 간극을 좁히는 작업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목표를 위해 달려가던 박태진의 최후는 죽음이었다. 아지트에서 정상의(박근록)와 장재경(지성)을 만난 박태진은 두 사람앞에서 자신이 박준서(윤나무)를 죽였음을 털어놓았고 정상의가 꺼낸 총에 의해 머리가 관통당해 사망한다. 권율은 그 장면에 대해 '힘들었던 장면'이라며 차근차근 빌드업해 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제게는 힘들었던 장면이에요. 드라마의 엔딩은 아니지만, 그 세계관 속 박태진으로 살고 있던 저에게는 드라마의 엔딩이라는 책임감으로 준비했어요. 2주 정도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설득력 있게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도 했어요. 그런 지점에서 지성 형님이 함께 고민하고 역으로 문제 제시도 해줬어요. 이런 저의 철학을 존중해주시고 피날레를 잘할 수 있게끔 열어주셨어요. 박태진이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떻게 총 한 방에 죽을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과정을 만들고 싶어 기존보다 조금 더 갈 수 있게 빌드업을 했어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획한 것들이 이뤄진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자만하고 도취됐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 순간의 도취가 불러온 가장 허무한 죽음이라는 결말에 동의하면서 마지막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박태진의 최후뿐만 아니라 '커넥션' 내내 보여준 권율의 연기는 많은 시청자를 감탄하게 했다. 권율은 극 중 등장하는 마약 '레몬뽕'에 비유해 감사를 전하면서도 자신의 연기보다는 작품 덕택에 칭찬을 받을 수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한테 연기 칭찬만큼 훌륭한 레몬뽕이 어디 있겠어요. 그 정도로 감사해요. 사실 제 연기라는 지점보다 '커넥션'이라는 작품이 잘 빌드업되고 유지됐기 때문에 그 순간 제가 칭찬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그런 모든 기운이 맞아야 칭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사드려요."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권율은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이하 '오당기')의 차영운, '커넥션'의 박태진, '놀아주는 여자'의 장현우까지 세 작품 연속 검사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가 정형화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권율은 '다 다른 캐릭터'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캐릭터가 정형화된다기보다는 직업이 정형화된다는 고민이 맞을 것 같아요. 캐릭터는 다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임했거든요. 다만, 직업이 같다 보니 조금 더 준비해서 연기하고 있어요. 검사 역할이 계속 들어오는 것에 대해 '권율피셜'을 말씀드리자면 제 화술의 느낌이 딱딱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검사도 다양한 모습이 있을 텐데 제가 맡은 검사의 특징은 외적으로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거에요. 늘 평정심과 이성적인 사고를 하게끔 발현되는 캐릭터들인데 가장 크게 드러난 게 박태진, 조금 덜 보였던 게 차영운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놀아주는 여자'의 경우 '커넥션'과 방영 시기가 겹치기도 했다. 수목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와 금토드라마 '커넥션'이 직접적으로 겹치지는 않았지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권율은 '그래도 차이를 보여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공교롭게 겹치면서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다만, '놀아주는 여자' 때는 '커넥션'의 대본 자체를 모를 때 촬영했던 것이에요. 그 때는 '오당기'의 차영운은 유약하고 언제 꺾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꼭 붙들고 있는 인물이라면 '놀아주는 여자'의 장현우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따뜻한 인물이지만 속으로는 확고한 소신을 가진 외유내강의 캐릭터로 포커싱했던 것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커넥션'의 박태진과는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에 간극이 보이지 않았나 자평하고 있어요."

/사진=제이와이드 컴퍼니

'커넥션'의 박태진뿐만 아니라 '귓속말'의 강정일, '보이스'의 방제수 등 권율은 유독 악역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다. 권율은 이제는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다며 악역과는 잠시 거리를 두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슈트 차림의 모습만 보여줬다며 수트를 입지 않았을 때의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건 다른 느낌이에요. 한 번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악역을 할 수도 있겠죠. 멍청하고 허술한 악역이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다만 매 작품 슈트를 입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수트를 입지 않는 백수 한량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 권율의 목표는 연기를 많이 하는 것이었다. 다만, 단순히 작품의 수만 많이 늘리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 안에서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한 권율의 모습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연기 칭찬'을 투약받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배우로서 연기를 많이 하고 싶어요. 단순히 다작이 아니라 배우로서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가지려면 필모그라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업이든 연기함에 있어서 물러섬이나 고민없이 계속 도전하면서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삶을 살다보니 인간 권율로서는 밸런스를 맞추고 싶어요. 건강도 그렇고 언젠가는 부양한 가족이 생길테고, 부모님,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잘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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