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공항 개명, 반대여론 폭발…“하필 베를루스코니냐”

김미나 기자 2024. 7. 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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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여행 중 자주 찾는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국제공항의 이름을 지난해 6월 사망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1936∼2023)의 이름으로 바꾸는 문제를 놓고 이탈리아 여론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지난 5일 이탈리아항공청(ENAC)이 밀라노 말펜사국제공항의 이름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 바꾸는 방안을 승인하고 이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교통부 장관은 이런 결정을 정부가 최종 승인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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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청원 9만명 넘어…밀라노 시장도 “미친 짓”
체인지닷오르그 누리집 갈무리

한국인도 여행 중 자주 찾는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국제공항의 이름을 지난해 6월 사망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1936∼2023)의 이름으로 바꾸는 문제를 놓고 이탈리아 여론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날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르그’에서 진행 중인 ‘말펜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베를루스코니 공항 반대’ 청원 운동에는 9만1천명 이상이 동참했다. 해당 청원은 중도좌파 성향인 민주당 청년 정치 세력이 시작됐는데 이들은 청원서에 “정직과 청렴, 지역 사회 봉사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인물의 이름을 따 공항이 불려야 한다”며 “베를루스코니는 수많은 형사 유죄 판결로 인해 이런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 5일 이탈리아항공청(ENAC)이 밀라노 말펜사국제공항의 이름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 바꾸는 방안을 승인하고 이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교통부 장관은 이런 결정을 정부가 최종 승인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도 이탈리아항공청이 우익 정치인들의 압력에 굴복해 공항 운영사인 에스이에이(SEA)와 협의도 없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살라 시장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이탈리아항공청 회장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미친 것”이라며 “나는 어떻게 정치가 이런 일을 하는 방식으로 연관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군소정당인 이탈리아 좌파당 출신 마르코 그리말디 하원의원은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시인 알레산드로 만초니처럼 밀라노 출신 저명한 인물들을 거론하며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베네치아 공항에는 마르코 폴로, 제노바 공항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이 붙은 것을 살비니 장관은 알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맞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22년 총선 선거운동 당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는 환영했다. 전진이탈리아는 조르자 멜로니 현 총리가 소속된 ‘이탈리아형제들’, ‘동맹’과 함께 연립정부의 한 축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밀라노 출생으로 지난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언론사를 소유한 재벌 출신 정치인으로 1994년부터 2011년 사이 세 차례 총리로 일하며 포퓰리즘 정치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86살의 나이에 2022년 다시 상원의원 선거에 뛰어들어 의회에 재입성하면서 ‘불사조’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그는 특히 뇌물과 탈세, 미성년자 성매매 등 각종 부정부패, 여성편력 등으로 임기 내내 논란에 휩싸였고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정치 행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인물이다. 사망 당시에도 정부가 국장 형식으로 장례를 치르며 전직 총리의 사망에는 처음으로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는데 여론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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