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부부 ‘혼신의 육아’…폭염도 사랑을 이기진 못한다

한겨레 2024. 7. 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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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설과 동화, 동요, 소설이나 노래에는 파랑새가 종종 등장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장마까지 겹친 열악한 조건에서도 파랑새 부부는 새끼를 키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무더위도 파랑새 부부의 사랑을 이기지는 못한다.

파랑새는 여름철새로 5월 중순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와 5월 하순에서 7월 상순에 걸쳐 3~5개의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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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희망·행복 상징 여름철새…5월 말부터 번식
더위·장마도 아랑곳 않고 새끼 기르기 전념
파랑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근한 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서양에서는 행복과 희망을 부르는 새로 여겨왔다.

우리나라 전설과 동화, 동요, 소설이나 노래에는 파랑새가 종종 등장한다. 사실 파랑새는 동서양 가리지 않고 친근한 새다. 동양에서는 영험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여겨왔고, 서양에서는 행복과 희망을 부르는 새로 알려져 왔다. 가을 하늘, 드넓은 바다의 파란색이 경쾌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것처럼 파랑새도 기쁨과 희망, 믿음의 상징이 되어 온 것이다.

파랑새는 죽은 나뭇가지 꼭대기에 앉기를 좋아한다.
전깃줄에 자리를 잡는 것도 좋아한다. 환경에 따라 파랑새의 깃털 색이 다채롭게 보인다.
암컷 파랑새가 수컷이 잡아다 주는 먹이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파랑새 수컷이 먹이를 잡아와 암컷에게 구애한다.
까치의 텃세가 심하다. 파랑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파랑새의 깃털 색은 때에 따라 검은색으로도 보인다.

지난 5월 말부터 경기 양주시, 광주시 등에서 파랑새의 생태를 관찰했다.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는 파랑새가 자주 관찰되는 곳이다. 이곳의 파랑새는 사람에게 곁을 잘 내주지 않고 날아버리는 등 경계 반응을 보였다. 둥지를 선택했을 때는 더욱 예민해진다.

파랑새는 원래 나무 구멍이나 딱따구리·까치 등이 사용했던 옛 둥지에 깃들어 번식한다. 요즘은 이용할 둥지가 적어서일까. 도로 안내판이나 신호등에 뚫린 구멍을 둥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파랑새가 갓 부화하면 암컷 파랑새는 둥지 안에서 수컷이 잡아오는 매우 작은 곤충을 새끼들에게 먹인다.
주변을 경계하며 둥지를 박차고 나오는 파랑새.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천적의 위협이 따른다.
한시도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새끼를 위해 급하게 사냥에 나서는 파랑새.

5월26일 광주시 퇴촌면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파랑새가 나무 구멍을 번식 둥지로 점찍은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틀 뒤 현장을 찾아보니 지인의 말이 맞았다. 역시 예민하기 그지없다. 파랑새는 나무 구멍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행동을 보였는데 결국 둥지로 선택한 것 같았다.

파랑새 어미가 새끼들을 위해 잠자리를 잡아왔다.
새끼가 제법 자라자 둥지 밖에서 먹이를 준다. 사냥감도 큰 것으로 바뀐다.
베짱이를 잡아 왔다. 새끼가 자라나면 사냥감도 다양해진다.
새끼가 먹기엔 메뚜기는 너무 크다고 생각한 걸까. 먹이를 다시 가지고 나오는 파랑새.

약 한 달 뒤인 6월24일, 이번에는 파랑새 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로 들어가는 것을 지인이 목격했다고 한다. 드디어 새끼가 부화한 것이다. 새끼가 갓 태어나면 파랑새 암컷은 둥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수컷이 사냥해온 먹이를 새끼에게 먹인다. 나흘 뒤부터는 파랑새 부부가 밖에서 번갈아가며 먹이를 물어다 줬다. 암컷이 자리를 비울 수 있을 만큼 며칠 사이 새끼가 자라난 것 같다.

새끼 키우기에 열중하다 보니 부부의 애정이 둥지 앞에서 겹친다.
급하게 정지를 한다.
몸을 갑자기 틀어 충돌을 피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장마까지 겹친 열악한 조건에서도 파랑새 부부는 새끼를 키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무더위도 파랑새 부부의 사랑을 이기지는 못한다. 굳건한 파랑새가 경이롭다. 우리는 종종 주변의 동물들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의 삶을 천칭에 놓고 비교한다면 저울은 어떠한 기울어짐도 없이 수평을 유지할 것이다.

먹이를 물고 둥지로 갈 때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비행할 때도 눈을 둥지에 고정하고 흔들림이 없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날개를 접는다.
항상 둥지 입구의 정확한 위치에 착지한다.

새끼가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7월1일, 여전히 파랑새 부부가 바쁘게 먹이를 나른다. 이제 12일쯤 지나면 파랑새 새끼들은 둥지를 박차고 나올 것이다. 파랑새는 여름철새로 5월 중순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와 5월 하순에서 7월 상순에 걸쳐 3~5개의 알을 낳는다. 어미는 날마다 알을 1개씩 낳아서 22~23일 동안 품는데, 부화하면 암수가 함께 약 20일 동안 함께 새끼를 기른다.

방향을 급선회하기도 한다.

처음 번식지에 도착했을 때는 서로 둥지를 차지하려고 격렬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영역에 대한 애착과 기개가 강해서 웬만한 새들이 대적하지 못한다. 성격이 예민해 사람을 기피하는 경향도 강하다.

빠르게 날다 둥지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속도를 줄이는 파랑새.
안정적인 착지를 한다.

파랑새는 날면서 사냥을 한다. 먹이로 딱정벌레, 잠자리, 나비 등 곤충을 즐겨 먹는다. 일반적으로 전신주, 전깃줄, 나무 꼭대기 혹은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 곤충을 기다리다가 공중에서 잡아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회전 비행 등 독특한 구애 비행을 하거나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잡아다 주는 구애 행동을 한다.

명암과 환경에 따라 다채롭게 보이는 파랑새의 깃털.
매우 빠른 속도로 날다가도 마음대로 방향을 조절하는 파랑새.
같은 크기의 다른 새들과 비교해도 파랑새의 비행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몸길이가 29~30㎝가량으로 제법 큰 몸집을 지녔다. 윗부리 끝이 구부러진 강하고 붉은 부리와 넓고 긴 날개, 진한 분홍색 다리를 가지고 있다. 머리와 꽁지는 검다. 비행 때 보이는 첫째날개깃의 선명한 파란색과 흰색은 파랑새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명암과 환경 조건에 따라 야외에서는 파란색이 어두운 금속 광택이 도는 청록빛으로도 보인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빛깔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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