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믿음의 게임… 행운 따를거라 생각하며 눈앞의 샷 집중”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출전하고 LIV에서 뛰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알게 됐다. 이미 돈 많이 번 스타 선수들은 연습 안할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하루종일 그린에서 살더라. 그런 의미에서 세계 톱 선수들이 모든 것을 걸고 뛰는 메이저대회 디오픈이 기대된다.”
고군택(25·대보건설) 지난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18일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제152회 디오픈 챔피언십’ 출전권을 획득했다. 미즈노 오픈은 상위 3명의 선수에게 디오픈 챔피언십 출전권을 주는 아시아 지역의 퀄리파잉 시리즈 대회 중 하나다.
고군택은 11일 일찌감치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주 금요일과 토요일 대회 코스인 로열 트룬 라운드를 예약해 놓았고, 공식 연습을 할 수 있는 일요일부터 코스 공략을 세밀하게 준비해 나갈 생각이다. 고군택은 “정말 설렌다. 타이거 우즈도 만나 보고 싶고, 로리 매킬로이와 스코티 셰플러가 어떻게 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유럽 땅을 밟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고군택은 지난해 3개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39회 신한동해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면서 KPGA 투어와 일본투어, 아시안투어 시드를 모두 확보했다. 올 시즌 3개 투어를 병행하며 좋은 성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난해 3승을 올리며 KPGA 투어 강자로 떠오른 고군택은 지난 4월 연장 접전 끝에 올해 신설된 KPGA파운더스컵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1968년 KPGA창립 회원으로 한국인 첫 마스터스 출전 등 개척자의 길을 걸었던 한장상(84) 전 회장이 시상했다.
고군택은 통산 4승 가운데 3승을 모두 연장에서 이겨 ‘연장전의 사나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연장전에 강한 비결이 있을까? 고군택은 “연장까지 왔으니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분한 성격이면서도 자기 확신이 강한 스타일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최고의 연장 승부사는 박세리였다. 연장전 6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어 김세영과 미셸 맥건(미국)이 4전 4승이다. LPGA 투어 연장전 3승 이상을 거둔 선수 중 승률 100%는 이 셋뿐이다. 박세리는 “어차피 연장에 가면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다.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나선다”고 했다. 김세영은 “연장에선 무조건 이기자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런 게 연장에서 강한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들으면 하나 마나 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 단순명료한 의지가 승부사들의 묘약이다. 불안이나 걱정 대신 눈앞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이 ‘플레이오프 마스터(playoff master)’에게 필요한 자질인 것이다. 고군택은 급박한 상황에 몰려도 무조건 공격보다는 확률을 따지는 경기 스타일이다.
고군택은 PGA투어 먼데이 퀄리파잉을 한번 경험해 보았다. 2023년 미국 전지훈련에서 피닉스 오픈 1차 예선에 나섰는데 8언더파를 친 두 명이 2차 예선에 진출했다고 한다.
고군택은 “이번 디오픈 목표는 컷을 통과해 나흘간 메이저 대회를 경험 하는 것”이라고 했다. 디오픈 컷을 통과하면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1차 예선을 면제 받고 2차 예선에 나설 수 있다. 콘페리 투어는 3차(파이널) 예선까지 있다.
이런 고군택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는 한 살 위 임성재(25)다. 둘은 제주가 고향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성재 형은 정말 존경하는 형이다. 골프를 막 시작해 대회에 나설 때 성재형이 제주도 시합을 휩쓸고 다녔다 성재형이 2015년까지 국가대표를 하고 난 뒤 2016년에 제가 국가대표가 됐다”고 했다.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쳐 PGA 투어 2부 투어를 통해 PGA투어에 입성해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임성재의 성장 스토리는 고군택에게도 용기를 준다.
고군택은 주니어 시절 드림파크배 우승과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고등학교 1학년때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보 매경 아마추어 대회에서 14등을 차지해 15위까지 주어지는 아마추어 풀시드를 확보한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 인연으로 프로가 돼서도 대보건설과 후원계약을 맺었다.
그는 화려해보이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진짜 승부사다. “한 샷 한 샷이 모여서 72홀이 이뤄지고 내 골프가 된다. 집중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행운이 따른다. 그러면 그 행운을 믿고 골프를 즐기게 된다”고 했다. 북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공이 도대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디오픈은 어떤 행운의 바운스를 가져다줄까. 결과가 어떻든 세계 무대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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