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년제’ 개편, ‘국시’ 추가 검토…의대생 집단유급 막는다
교육부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 발표
학년제 개편해 유급 미루고 다학기제로 수업 보충
2025학년도 국시 추가 실시 검토…복지부와 협의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대생 집단유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교육부가 성적 및 유급 처리를 내년 2월로 미루고 다학기제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앞서 대학들이 요구해온 내년 국가시험(국시) 추가 실시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수업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의대 운영 대학 총장들이 모인 ‘의과대학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는 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학생들의 복귀 이후 유급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의대 교육과정을 학기제에서 학년제로 개편해 성적 및 유급 처리를 내년 2월로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로 개강을 미뤄왔던 대학들이 이달 초까지 잇따라 수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수업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대학 학칙 또는 의대 내규 등에 명시된 학기제 관련 내용을 학년제로 수정해 1학기 학습결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학사일정 변경에 따라 필요 시 실습 재시험 기회를 부여하고, 성적사정회의를 열어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판단한다.
각 의대는 올해에 한해 유급 관련 특례도 마련할 수 있다. 통상 의대에서는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한 학년을 재이수해야 하지만 특례를 적용해 판단 시기나 대상,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게 된다. 성적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은 미완(I·Incomplete)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 동안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I 학점’ 제도도 학교별 여건에 따라 도입할 수 있다.
올해 1학기 의대생들이 듣지 못한 수업을 보충하는 방안도 담겼다. 각 대학들은 2024학년도 1학기를 연장하거나 다학기제, 계절학기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예컨대 1학기 교과목 이수기간을 연장해, 원격·보충수업을 2학기와 병행하거나 올해 하반기를 2개 학기로 나눠 총 3학기로 운영하는 방식 등이다. 계절학기를 운영할 경우 수강신청 가능학점 상한을 확대하는 조치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의학과 4학년들이 1학기에 듣지 못한 실습 수업의 경우 올해 2학기에 보충하도록 한다.
재학생을 포함, 내년에 새로 입학하는 의대생들의 불이익은 최소화한다. 대학들이 새로운 학기를 개설·운영하더라도 추가 등록금 부담은 없어야 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대신 1학기에 이미 납부된 등록금을 활용하도록 한다. 교육부는 학사일정 변경을 고려해 국가장학금 신청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등의 조치도 준비할 계획이다. 또 미복귀 의대생들로 재수강 인원 등이 몰려 교육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방지한다. 대학들은 내년도 신입생에 수강신청 우선원을 부여하는 등 학습권을 우선 보호하는 운영계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방안은 현재도 대학들이 학칙 개정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전국 의대에서 수업거부가 이뤄지고 있는만큼 대학들이 개별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2025학년도 의사 국시 추가 실시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의학과 4학년들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의총협은 의대생들이 정상적으로 의료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시험 응시 관련 불이익 방지 조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의사 국시는 복지부가 주관하는 사안으로, 교육부와 복지부 협의가 필요하다. 국시 관련 구체적인 일정은 향후 복지부에서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대학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의대 학사운영 변경사항을 학생들에게 개별 안내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의대생복귀상담센터(가칭)’를 통해 수업 복귀를 독려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 부총리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각 대학이 탄력적 학사 운영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학은 학생들이 복귀한다면 유급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집단행동을 멈추고 학업에 복귀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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