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을 지나는 바람처럼’…주미 강의 바이올린 ‘트릴’을 듣는다

임석규 기자 2024. 7. 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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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주미입니다."

3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 간담회에서 한국 이름으로 인사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부모는 클라라 슈만(1819~1896)처럼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되라는 뜻에서 딸에게 '클라라'란 이름을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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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내한 독주회
타르티니·프로코피예프 소나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이 3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9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간담회를 했다. 빈체로 제공

“안녕하세요, 강주미입니다.”

3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 간담회에서 한국 이름으로 인사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부모는 클라라 슈만(1819~1896)처럼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되라는 뜻에서 딸에게 ‘클라라’란 이름을 지어줬다. 국내 최초의 바이로이트 오페라 가수였던 베이스 강병운(필립 강)과 소프라노 한민희의 4남매 중 셋째였다.

‘악마의 트릴’은 이탈리아 작곡가 타르티니(1692~1770)가 작곡한 고난도 바이올린 소나타. 주미 강은 6개 도시에서 여는 독주회를 이 곡으로 시작한다. 그는 “어릴 적 스토리가 얽혀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선곡했다”고 했다. ‘악마의 트릴’에 이어 ‘전쟁 소나타’로 불리는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들려준다. 이 곡 역시 트릴(떨며 연주하는 장식음)로 시작한다. “타르티니가 꿈속에서 음성을 듣고 만들었다면, 프로코피예프의 곡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만들어 현실의 공포를 담고 있어요.” 그는 “요즘의 현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그 의미를 담고 싶다”고 했다. 작곡가는 이 곡의 1, 4악장 마지막 부분을 ‘무덤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연주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코피예프의 장례식에서 이 곡의 1, 3악장이 울려 퍼졌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왼쪽)이 9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2악장을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1부의 주제가 ‘트릴’이라면 2부의 주제는 ‘프랑스 노래’다. 쇼송의 ‘시’(Poem)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준다. 그는 “자주 연주했던 서정적인 곡들”이라며 “관객이 위로와 용기를 느끼고 좋은 상상의 날개를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프랑크의 소나타 2악장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성신여대 교수)의 반주로 들려줬다. 이번 독주회 내내 국내에서 가장 공연 횟수가 많은 이 피아니스트가 동행한다.

훌륭한 작품들을 잘 전달하는 것, 음악에 담긴 ‘노래’를 전하는 것, 음악이 닿지 않는 곳에 음악을 전하는 것. 그가 꼽은 음악적 목표 3가지다.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만났던 청중을 떠올리며 그런 곳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음악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곳에 음악이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오는 9월1일 부천을 시작으로 대구, 함안, 성남, 통영, 서울 등지를 돌며 관객을 만난다. “옛날엔 3개월에 한번씩 들어와 공연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한달 반만 지나도 한국에 가고 싶어요.” 그는 “나이 들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오는 9월 서울 등 6개 도시를 돌며 3년 만에 독주회를 여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Marco Borggreve

독일에 거주 중인 그는 영국과 스페인, 일본, 한국의 기획사들과 계약해 세계 무대를 누빈다. 다음 달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영국 ‘비비시(BBC) 프롬스’에서 공연한다. 앞서, 런던의 세계적인 실내악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했다. 이달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퍼시픽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하는데,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든 음악축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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