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미(美) 대선과 통상정책 기조
(서울=뉴스1) =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두 전·현직 대통령 중 누가 재선에 성공할지 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향후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4년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한 라이트하이저(Lighthizer)는 최근 발간한 저서와 기고문 등에서 모든 국가에 대한 관세를 10%로 인상하고 중국에 대한 관세는 60%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매우 먼 정책 기조다.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위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관세 인상안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시점까지 이러한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 역시 자유무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 관세 인상(미중 무역 전쟁)에 대해 비판했으나 취임 이후에는 이들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의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급격히 인상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기구를 중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공약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타이(Tai)는 지난 6월의 한 대담에서 자신과 전임자인 라이트하이저 모두 미국의 무역에 대한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중국과의 통상 마찰의 원인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 또는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다소 간의 차이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대(對)중 강경노선이나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 등에서 전임 행정부와 어느 정도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러한 미(美) 정계의 전반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성립된 자유무역 질서가 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혹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에 미 정계가 폭넓게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관세 등과 관련하여 미국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이는 어느 정치인이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일 것이다. 다만, 근래의 논의에는 좀 더 복잡한 배경이 자리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냉전 종식 이후 급격하게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간 불평등은 완화되었지만 국가 내 불평등은 악화됐다. 미국의 경우, 중국이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어 교역이 증가하면서 미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였으며, 많은 근로자가 장기화된 실직 등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른바 'China Shock'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이러한 경과는 미 정치권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성향이 강화되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자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지원을 막지 못했다고 판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불신이 확대됐다. 이러한 정계의 인식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유권자의 성향 변화 등이 맞물려 미국의 통상정책이 자유무역을 중시하던 과거의 기조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로 연결됐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로 혜택을 받는 지역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련의 연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 관세가 고용 확대 등 경제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세의 부담이 가격(비용) 상승 등의 형태로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에 전가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높은 관세를 통해 과도한 보조금 등 중국 정부의 비시장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하였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과거에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태양광 등 주요 산업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였고 향후 이러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세와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미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매우 드문 선거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든 향후 4년간 큰 틀에서는 현재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미 정계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조가 더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성립된 자유무역 질서가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는 이미 지났는지도, 어쩌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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