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아파트가 반토막' 비명…세종시 공무원들도 "안 사요"

오세성 2024. 7. 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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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집값, 33주 연속 하락세
최고가의 절반 수준서 팔리기도
"매수세 없어…급매 아니면 거래 불가"
세종특별자치시 전경. 사진=세종특별자치시


세종시 집값이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낙폭이 한층 커지면서 집값이 최고가 거래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 '가락20단지베르디움' 전용 84㎡는 지난 1일 3억7000만원(18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12월 기록한 7억원(11층)으로, 최고가 대비 52.8%까지 내려왔다.

고운동 '가락7단지프라디움' 전용 84㎡도 이달 1일 4억4900만원(7층)에 손바뀜됐다. 2020년 12월 8억5000만원(15층)의 52% 수준이다. 인근 종촌동 '가재마을5단지세종엠코타운' 전용 84㎡는 지난 5일 5억원(3층)에 거래됐는데 마찬가지로 2020년 11월 8억3800만원(23층)에서 반토막 났다.

아름동 '범지기12단지에코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5억3000만원(7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11월 10억5000만원(16층)이다. 채 4년도 되지 않아 집값이 절반으로 내려온 셈이다. 고운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고운동·아름동·종촌동 등지에서 가격이 계속 내리고 있다"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세종시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아름동 개업중개사도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되면서 가격이 소폭 오르는 듯싶었는데, 이내 주저앉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며 "기대를 모은 호재가 이뤄지지 않으니 외지 투자자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사당 이전, 대통령 집무실 설치 등이 기약 없이 밀리면서 올랐던 가격을 고스란히 반납했다는 것이다.

2020년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천도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지 투자자가 몰려들며 세종시 집값은 그해에만 전년 대비 44.93% 폭등했다. 같은 시기 전국 집값은 7.57%, 수도권은 9.08% 올랐다.

하지만 국회 이전에 속도가 나지 않았고 대통령 집무실 설치도 논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종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1년 1.09% 내렸고 2022년엔 17.12% 급락했다. 지난해에도 6.4% 하락했다.

올해 역시 세종시 집값은 내림세다. 지난해 11월 넷째 주부터 올해 7월 첫째 주까지 33주 연속 내렸는데, 올해 누적으로는 5.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집값은 0.67%, 수도권은 0.2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전국 집값과 서울 집값은 지난 5월부터 상승으로 돌아섰고 점차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지만, 세종 집값은 7월 첫째 주에 0.23% 하락하며 전주(-0.13%)보다 낙폭이 커졌다.

세종시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2020년 세종 집값 급등에 기여했던 외지인 투자자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 1~5월 외지인의 세종 아파트 매입은 594건으로 집계됐는데, 전년 같은 기간 916건과 비교해 32.3% 줄었다. 2020년 같은 기간 외지인 매입이 약 3100건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80% 넘게 줄어든 셈이다.

한때 세종시 집을 사들였던 공무원들도 최근에는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름동 개업중개사는 "예전에는 공무원 특별공급을 통해 분양받거나 아니면 기존 아파트를 매수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았다"며 "요즘에는 공무원들도 전세나 월세를 선택하지 매수는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종시 집값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세종시 집값이 반등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지방 투자자들도 서울 집만 사들일 정도로 시장의 수요가 서울에 집중됐다"며 "서울에 이어 수도권 집값이 오르고 지방으로도 온기가 확산해야 세종시 집값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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