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감독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故 이선균도 바랄 것” (종합)[DA:인터뷰]

최윤나 동아닷컴 기자 2024. 7. 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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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故 이선균의 유작이 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너무 조심스럽지만은 않게 입을 열었다. 오로지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을 했다고 말하며 관객들의 관람을 당부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김태곤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김태곤 감독은 ‘탈출’의 개봉을 앞두고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 해서, 개봉 전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서 좋은 기억도 있다. 아시다시피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고 해서 여러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탈출’과 극장 개봉을 앞둔 ‘탈출’의 러닝타임부터 내용까지 수정이 됐던 부분에 관해 김태곤 감독은 “좀 시간이 있었고 그래서,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 지금 시기에 관객들의 선호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칸 영화제에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들의 취향 등 때문에 러닝타임이 줄게 됐다”라며 “감정 과잉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시각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들도 많이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수정 부분에 관해 묻는 질문에 “선균이 형이랑 수안이가 맡았던 캐릭터들의 감정은 살아있고, 주변 캐릭터들에게 감정 과잉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완화시켰다. 수정하면서 (지워지는 부분이) 많아졌다”라고 답했다.

김태곤 감독은 전작인 ‘굿바이 싱글’과 상반된 장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안전한 선택이라면, 익숙한 혹은 그 전에 했던 것들을 반복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근데 연출자, 각본가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 독립영화 역시도 다양한 소재나 장르를 했었다. 그래서 코미디 각본 제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그것과는 다른 장르인 재난 스릴러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구상하게 된 배경에 관해 김태곤 감독은 “심적으로 힘들 때 목포에서 서울까지 오는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혼자 걸어오는데 20일 정도 걸었다. 아무래도 국도로 걷다보니 들개들이 꽤 있었다. 실제로 들개에게 쫓긴 기억도 있다. 저녁에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무서웠다. 1마리 정도면 위협을 할 수 있었지만, 체감상 20마리에게 쫓긴 경험이 있다. 이렇게 일상적인 곳에서 개에게 쫓긴 경험이 있어서 이런 것을 소재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또 왜 이런 지경이 됐을까란 생각이 깊어지면서, 이런 것들을 다 담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런 소재를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탈출’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개들 중 극중 주지훈과 함께한 개를 제외하곤 모든 개들이 CG라고 밝힌 김태곤 감독은 “‘굿바이 싱글’ 때도 아이와 개가 나왔다. 이번에도 재밌겠다 싶었는데 구현하려다보니까, 처음에는 다 실제 개로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 실제 개들을 만나보니 촬영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CG로 구현하기로 했다. 캐릭터의 관계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녀, 자매, 부부 관계를 넣었다. 근데 반려견과 주인의 관계로서 관계성을 맺으려고 했다. 그래서 실제 개가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개가 똑똑했다. 안개 낀 험악한 촬영장에서 위안이 됐다”라고 설정에 대한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故 이선균의 캐스팅 과정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김태곤 감독은 “선균이 형은 감독, 배우 전에 알고 있었다. 소속사 대표님과 전 작품을 했었기 때문에 관계가 좋았다. 인간에 대한 호감도가 있었다. 계속 했던 분만 그런 장르를 하기도 했고, 이선균이 코미디나 장르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또 재난물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더니 ‘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중심을 잘 잡고 가셨다. 코미디나 지질한 역할을 많이 하셨는데, 구심점이 돼서 극을 이끌어가는 게 부담이 됐을 텐데 그걸 훌륭하게 잘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지훈의 파격 변신에 관해서는 “주지훈 씨는 딱 봐도 어려운 사람이다. 키도 크고 잘생겼다. 근데 털털하고 수다스러운 면도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고민하던 중에 친분이 있는 김용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여주셨다. 근데 조박 하겠다고 하더라. 헤어 역시도 본인이 찾아서 나에게 먼저 보냈다. 이렇게 해도 괜찮겠냐고 오히려 내가 묻기도 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故 이선균 유작이기도 한 ‘탈출’은 개봉 전부터 이런 부분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곤 감독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되게 조심스러웠다. 너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기도 했다. 근데 영화를 보신 분들의 반응이나, 무대 인사를 할 때도 우리가 들어갈 때 환호를 하면서 박수를 치더라. 그때 ‘이건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선균이 형도 그걸 바라겠다’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많이 알리고 많은 분들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선균이 형도 바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칸 영화제부터 개봉까지 시간이 있어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완성도 있게 관객들이 만족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김태곤 감독은 故 이선균과의 촬영 당시 분위기를 회상하며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다. 그 얘기는,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는 게 없다는 거다. 대교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은데, 각 구간마다 세팅이나 동선이 다 달라서 거기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해야 했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시고, 촬영에 들어가면 열심히 해주신 분이다. 마지막에 트레일러가 매달린 상태에서 기어오르는 장면을 갑자기 제안했는데, 너무 좋다고 와이어를 빨리 채우고 하자고 하셨다. 영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故 이선균의 대사가 고인의 사망 이후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김태곤 감독은 “원래 있었던 장면이었다. 고민도 많이 했다. 너무 과하게 들어가면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건 그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고, 이 작품을 오롯이 지키는 게 선균이 형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계획했던 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보시는 감정들은 영화 외적인 부분과 결합돼 느끼는 거라,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계획했던 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큰 제작비가 투입된 ‘탈출’이다보니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빼놓을 수 없을 터. 이에 김태곤 감독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감독으로서 제 작품을 많은 분들이 본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니까. 근데 몇 만 명이 들고 이런 건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사이트에 쳐보면 정신이 나갈 것 같더라. 주사위는 던져졌고, 또 나에게 주어진 홍보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태곤 감독은 차기작에 관해 “차기작을 준비하다가 투자가 힘들다. 관객 수가 줄어든 만큼 투자도 위축됐다. 지금은 OTT 프리 단계를 하고 있다. 그 드라마는 재난물은 아니고 거인이 등장하는 내용의 크리처물이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더했다.

한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12일 개봉.

최윤나 동아닷컴 기자 yyynn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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