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362일...스페인 빈민촌서 공차던 꼬마, 유로 최연소 데뷔골 쐈다
거함 프랑스를 침몰시킨 건 스페인의 16세 소년 라민 야말이었다. 야말은 10일 열린 프랑스와의 유로 2024 4강전 전반 21분 패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갑작스레 왼발로 슛을 감아찼다. 공이 그림 같이 휘면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0-1으로 끌려가던 스페인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점골. 16세 362일 나이로 유로 최연소 데뷔골 기록도 경신했다. 스페인은 4분 뒤 다니 올모가 역전골을 넣으면서 2대1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덕분에 12년만에 유로 결승에 진출했다.
야말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빈곤한 마을로 꼽히는 로카폰다에서 나고 자랐다. 이웃이 대부분 노동자들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모로코인, 어머니는 적도 기니 출신이라 삼중국적자다. 아버지의 나라 모로코도 야말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려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야말은 이미 스페인을 선택한 뒤였다.
야말은 7살 때 로카폰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축구를 하던 모습이 바르셀로나 직원에게 포착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곧바로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했다. 그리고 지난해 15세에 바르셀로나 1군에 승격되면서 구단 역사상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웠다. 왼발잡이인 어린 선수가 바르셀로나에서 뛰어난 재능을 뽐낸 덕분에 ‘제2의 리오넬 메시’라 불리기도 한다.
메시와 인연도 있다. 2007년 가을 20세 메시는 아기였던 야말을 목욕시켰다. 유니세프의 연례 자선 행사로, FC바르셀로나 선수와 지역 주민이 함께 달력에 실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실은 유로 대회에서 야말이 놀라운 활약을 보이자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스페인 대표팀 최연소 기록도 야말의 몫이었다. 지난해 9월 열린 유로 2024 예선에서 조지아를 상대로 교체 출전해 데뷔골을 넣었다. 16세 57일 나이였던 야말의 스페인 대표팀 최연소 출전, 최연소 득점 기록이었다.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위협적이지만 밖에선 영락없는 소년이다. 야말은 대회 직전 “의무교육 마지막 학년이라 숙제를 가져왔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잘하고 있다. 그래도 선생님이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어릴적부터 유명해졌지만 땀냄새나는 고향을 잊지 않는다. 야말은 골을 넣으면 종종 오른손가락 세개와 왼손가락 네개를 펼친다. 야말의 전매특허 ‘304′ 세리머니다. 로카폰다의 우편번호 ‘08304′의 뒤 세자리를 나타낸 것이다. 야말은 “(관심에 대해)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아이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런 건 경기장에서 전혀 도움 안 된다. 그저 팀을 도울 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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