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척 하지만 미묘한 균열…'절친' 중국과 밀당하는 북한, 속내는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7. 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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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른바 '친러 노선'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조중(북중)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지 분석가들은 중국의 배타적 대북 영향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소련과 중국을 상대로 게임을 해 왔지만 소련 붕괴 이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은 확실히 러시아에 비해 우위를 점해 왔다"며 "그러나 북한의 무기가 절실한 러시아의 입장이 상황을 바꿔놨으며, 김정은은 러시아와 관계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서 많은 것을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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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 "북한에 대한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 균열"…
전문가들 "북 무기 절실한 러시아 입장이 상황 바꿔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이른바 '친러 노선'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조중(북중)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지 분석가들은 중국의 배타적 대북 영향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러 관계 밀착이 중국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0일 현지와 한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이 국영TV용 위성을 러시아로 전환한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약화를 입증하는 대목"이라며 "북한이 흔들리는 북중관계에 대해 숨기려 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중국 현지에서 주목하는 북중관계 변화 징후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북한의 위성망 변경이다. 글로벌 위성데이터 연구기관 링샷에 따르면 북한 국영방송사들은 지난달 20일부터 러시아 위성 'EKSPRESS103'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현행 중국 위성 사용은 지난 1일 만료됐다. 한국에서도 이에 따라 평양 방송 감시루트를 변경하느라 작은 소동이 일었다.

두 번째는 북한과 러시아 간 체결된 역대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동반자 조약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새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이는 상대방이 공격을 받을 경우 즉각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는 중국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조약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은 중국이었고, 비상시엔 중국만이 북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준군사동맹 조약으로 평가되는 이번 조약에 따라 러시아도 언제든 북한 상황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재래식 무기 지원이다. 북한과 달리 중국은 푸틴이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에 공식적으로 무기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직접 지원을 사실상 숨기지 않고 있는 북한을 보는 중국의 눈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전날 불거진 중국 내 북한 근로자들의 거취 문제도 미묘하게 불편해진 북중 관계를 요약해 보여준다. 중국이 자국 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일종의 비자 격인 거류허가 신규 발급을 막으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교체시기가 돼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소문이 교민사회에 확산하던 참이었다. 이에 더해 중국이 현재 거류 중인 북한 근로자들을 모두 귀환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는 외화벌이 루트가 대폭 축소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발언을 통해 사실 여부에 선을 그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다양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북중관계가 '악화'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 예속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중국 교역의존도는 9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당분간 중러 사이에서 북한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북러 밀착을 중국이 그냥 두고보기만 할 수는 없음을 북한도 잘 알기 때문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소련과 중국을 상대로 게임을 해 왔지만 소련 붕괴 이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은 확실히 러시아에 비해 우위를 점해 왔다"며 "그러나 북한의 무기가 절실한 러시아의 입장이 상황을 바꿔놨으며, 김정은은 러시아와 관계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서 많은 것을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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