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 여대생 딸, 대장암으로 떠났다…“알바비 600만원 장학금으로”

故 차수현 학생. [대구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차수현 씨의 가족들이 고인이 생전 모아놨던 아르바이트 월급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대구대는 지난 달 학교를 방문한 수현 씨의 아버지 차민수 씨가 딸이 모은 600만원을 사범대학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돈은 수현 씨가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것이다. 가족들은 수현 씨를 대신해 교사의 꿈을 대신 이뤄 줄 후배들을 위해 이 돈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3월 교사의 꿈을 안고 사범대에 입학했지만, 입학 직후 건강 검진에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다. 이 질병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20여년 전 수현 씨의 부친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故 차수현 학생. [대구대]

아버지 차 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면서 “딸에게 이런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워서 그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수현 씨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다. 수술 후유증이 큰 수술을 감내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수현 씨는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공부하며 꿋꿋하게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다.

수현 씨의 병세가 악화된 건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즈음이다.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수현 씨는 4학 때 진행하는 교생실습을 하지 못해 속상해했다. 이어진 6개월의 투병 생활 끝에 수현 씨는 지난 6월 2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장학금 기부는 수현 씨가 생전 부탁한 결정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다”며 기부를 부탁했다. 차 씨는 딸의 ‘마지막 바람’대로 사범대학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600만원을 대학에 전달한 것이다.

차 씨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면서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故 차수현 학생을 추모하는 문구가 대구대 사범대학 건물과 근처 벤치에 새겨진 모습. [대구대]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겠지만, 같은 학과 교수로서 제자를 잃은 마음 또한 황망하기 그지없다”면서 “수현 학생의 못 이룬 꿈이 캠퍼스에 잘 간직되고 후배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수현 학생이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캠퍼스에 간직하기 위해 그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벤치에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겨 그의 소중한 꿈을 기릴 예정이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