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전국서 4명 숨지고 제방 붕괴...열차·여객선 운행 차질
밤새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충청·호남·영남 등 각지에서 사람이 숨지거나 제방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 했다.
대전과 충남에 시간당 최대 111.5㎜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10일 오전 3시쯤 지하 1층까지 물에 잠긴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안에서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오전 3시 57분쯤엔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이 토사에 매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논밭이나 도로가 침수되거나 제방이 유실됐다. 논산 벌곡면 한 마을이 침수돼 30여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강경 대흥리 주민 40여명도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 충남 금산군 복수면 백암리 일대는 산사태가 나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서천군 읍내도 광범위하게 침수됐고, 부여 일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을 비롯한 침수 신고도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
충남에서는 현재 하천 제방 17곳이 유실되고, 교량·도로 1곳이 각각 침수되는 등 공공시설 25건이 피해를 봤다. 주택 1곳·상가 3곳·축사 15곳 등 사유시설 24곳도 부서지고 농경지 30.72㏊가 물에 잠겼다.
대전에서는 서구 용촌동 마을 주택 27채가 침수되면서, 주민 36여명이 고립됐다가 소방대에 의해 구조됐다. 유성구 방동저수지에서 계룡시청 방면 도로에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가 한때 통제됐고, 유성구 관저동 마치광장에 주차된 차량 6대가 침수됐다. 서구 장안저수지 인근 제방이 일부 유실돼 주민들이 대피했다.
세종시에서는 조치원읍 조형아파트 앞 하상도로, 금남면 감성교차로 하부도로를 포함해 14개 지점에서 차량 통행을 통제 중이다. 침수·산사태 우려 지역 주민 53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충북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 4분쯤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의 한 둑방길에서 A(70대)씨가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됐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 신고로 출동한 소방당국은 비로 불어난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을 벌이지 못하다 오전 7시 38분쯤 심정지 상태의 A씨를 구조했으나 끝내 숨졌다.
또 이날 오전 5시1분쯤 영동군 심천면 범곡저수지 인근에서 A(71)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태다.
전북 완주에 10일 새벽 100㎜ 이상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하천이 범람, 마을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호남지역도 피해가 속출했다.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1분쯤 완주군 운주면 한 마을에 물이 들어차 주민 18명이 고립됐다가 오전 7시쯤 구조됐다. 익산 255mm 전북 곳곳에 폭우가 내렸다.
광주와 전남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하고 많은 장맛비가 내리면서 도로 위 나무가 쓰러지거나 열차, 여객선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현재 내륙과 섬을 잇는 여객선은 총 53항로 80척 가운데 10항로 17척 운항이 통제됐고 무등산 국립공원과 내장산 국립공원 탐방로는 전면 통제됐다. 열차 운행 안전 확보를 위해 이날 오전 8시까지 전라선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고 호남선 서대전~익산 구간은 오전 9시까지 멈췄다.
영남 역시 장마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 경주시 경감1지구 급경사지와 덕동댐 입구 도로에서 돌이나 토사가 밀려 내려와 한동안 통제됐고 선도동 새마을잠수교가 10일 오전 1시쯤부터 통제되고 있다.
포항에서는 현재 죽장면 물놀이 관리지역을 비롯해 선린대 지하차도, 성곡교 지하차도, 곡강교 지하차도, 죽장면 가사리 등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포항시 대송면 산여리 11가구 15명은 대각2리 마을회관이나 친척집 등으로 미리 대피한 상태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쯤 북구 조야동에서 60대 남성 1명이 농지 배수로에서 물에 잠겨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폭우가 내리자 집 주변 상황을 확인하러 잠시 나갔다 물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이다. 재산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침수 우려로 신천동로 등 도로 5곳이 사전 통제됐고, 하천변 산책로 12곳도 통제됐다. 잠수교와 둔치 주차장 등도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대구 달성군과 군위군에선 10일 오전 8시 기준 20개 마을 206명이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 대피했다. 달성군 하빈면에서 8개 마을 76명이, 군위군 소보면, 군위읍, 효령면 12개 마을에서 130명이 각각 면사무소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밖에 차량 침수나 나무 쓰러짐 등 호우 피해 신고건수는 누적 131건에 달한다.
호우 피해로 인해 열차 운행도 일시 중단됐다. 코레일은 경부선 서울~동대구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새마을호 열차 운행을 10일 오전 9시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천~영주 경북선은 오후 6시까지 운행이 중지된다.
경남의 경우 북부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져 거창, 합천, 의령군, 진주시 등 4개 시군 76가구 96명이 밤새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경남도 재해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0시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거창군 168.3㎜, 합천군 122.9㎜, 창녕군 107㎜, 밀양시 72.5㎜, 함양군 59.9㎜, 산청군 53.7㎜ 등 북부권과 내륙을 중심으로 50㎜ 이상 비가 내렸다.
부산은 장맛비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강풍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강서구 대저동에서는 강풍에 나무가 쓰러졌고, 오전 5시 18분쯤에도 사상구 주례동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도로를 막기도 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부산에는 오전 5시10분 기준으로 강풍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순간 최대 초속 21.5m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해공항에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항공편 21편이 결항했고, 16편이 지연 운항했다. 부산에는 이날 오전 강한 비가 예고된 상태다. 부산시는 온천천 산책로와 세병교·연안교 아래 하상도로를 통제한 상태다.
이같은 비로 중, 남부지역의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10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집중호우에 따른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이날 첫차부터 무궁화호와 ITX-새마을 등 일반 열차의 운행이 일부 중지하거나 조정됐다.
장항선과 경북선은 오후 6시까지, 충북선은 낮 12시까지 전 구간 운행이 멈춘다. 경부선은 낮 12시까지 서울∼동대구 구간, 호남선은 오후 6시까지 서대전∼익산 구간 운행이 중지됐고, 익산∼목포 구간은 운행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앙선과 영동선, 태백선과 전라선은 오전 8시까지 일부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
코레일 측은 “KTX 경부·호남선은 단계적으로 속도를 높인 뒤 정상 운행 중이지만 일부 지연되거나 호우로 인해 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날씨에 따른 열차 운행 재개 등 상황은 앱 ‘코레일톡’과 홈페이지(www.lestkorail.com)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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